[남북 대학생 ‘제주소통캠프’ 특집]③ “소통으로 하나 된 남북 대학생”

남북 대학생과 해군 장병들이 함께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해 자기 생각을 나누고 있다.
남북 대학생과 해군 장병들이 함께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해 자기 생각을 나누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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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 이곳에서 펼쳐진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들의 특별한 동행, '남북 청년 소통 캠프'.

해군기지 방문부터 한라산 등반까지 2박 3일의 여정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소통'이란 단어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나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남북 대학생의 잊지 못할 특별한 동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하루 만에 친해진 남북 대학생

- "탈북 대학생이세요?" "남한 대학생이세요?"

- 외모적으로 전혀 구분되지 않아 서로 가장 많이 나눈 질문

- 젊은 탈북자, 한국 문화 빨리 받아들여

- 외모만큼 생각의 차이도 좁혀가는 것이 숙제


[현장음: 수영장]

'소통 캠프'에 참가한 남북 대학생들이 수영장에 모였습니다. 오늘 일과를 마무리하기 전 약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는데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살을 맞대며 장난도 치고, 수영 시합도 했는데요, 자유시간 내내 수영장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여학생 두 명이 있습니다. 남한 대학생 김예린 씨와 탈북 대학생 신 향 씨인데요,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대화를 나눴지만 금세 친해졌습니다.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음보가 터지는데요,

[현장음] (단짝 두 친구, 재미있어요?) 네. 재미있어요. 물에서 같이 노니까 더 친해진 기분이에요. (둘이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어요?) 오늘요. 이전 해병대 캠프에 같이 갔는데, 말은 오늘 거의 처음 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매우 친한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남학생들도 친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장난도 치고, 챙겨도 주고, 오늘 처음 만난 남북 대학생들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보이는데요,

[김동현 국장 (NAUH)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했는데요,저녁 먹고 모여있는 시간에 다들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 보니까 '우리 친구들이 많이 발전했구나'라고 느낍니다. 또 그런 모습 보니까 뿌듯한 것 같고요.

물론 남북 대학생이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연 것은 아닙니다. 탈북 대학생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자신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울리거나 소통하지 않는다며 오해하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전소미 (남한 대학생)] 처음에는 설레어서 잠을 못 잤어요. 탈북 대학생을 만난 본 적이 없어요. 실제로 만나보니까 처음에는 주의사항이 많아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조심해야 하나? 오늘은 첫날이어서 그렇게 친해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어우러진 것 같아요.

[이준열 (탈북 대학생)] 전 북한에서 살았다고 말 안 했거든요. 오늘은 자리에 앉자마자 소개했어요. 처음에는 놀라는 기색이었어요. 예상한 반응이었고요, 나중에 이야기하니 편한 거예요.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이영석 실장 (NAUH)] 젊은 친구들, 시간이 지나도 친해지거든요, 북한에서 광주에서 부산에서 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면 금방 친해지고 서로 이해하는 것이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소통 캠프에 참여한 남한 대학생들도, 이들과 함께 지낸 저 자신도, 만나는 학생마다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다름 아닌 "탈북 대학생이세요? 아니면 남한 대학생이세요?"였습니다. 그만큼 외모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는데요,

수년 전만 해도 외모와 키, 옷차림 등에 따라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번에 알아맞히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제가 '남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는 '탈북 대학생'이었고, 오히려 탈북 대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남한 대학생인 경우도 있었는데요, 꽃미남처럼 부드러운 외모를 가진 탈북 대학생 김승현 씨에게 이젠 외모로 점점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승현 씨] 저희가 여기 와서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먼저 드라마나 음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많이 체험했기 때문에 여기서 지내는 것이 편안한 것 같아요. (기자: 그러니까 북한에서 한국의 패션이나 화장 등을..) 네, 많이 따라 하죠. 또 한국말로 유행어로 쓰는 것을 멋있어 보이게 하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 확산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고, 한국 사람들의 옷차림과 화장, 말투 등을 따라 하면서 이미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국 생활에서도 빠르게 문화적 차이를 좁혀갈 수 있었는데요,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남북하나재단', 송종섭 차장의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송종섭 차장 ] 일단 젊은 학생일수록 젊음의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넘어온 시기가 얼마 되지 않거나 중국 생활이 길었던 친구들은 남한의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남한의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 사이에 외모와 문화적 차이가 좁혀질수록 친해질 수 있는 마음의 문은 더 활짝 열립니다.

물론 '남한'과 '북한'이라는 출생 지역의 차이는 서로 낯설고, 먼저 다가가기 어렵게 했는데요, 하지만 '탈북 대학생', '남한 대학생'이 외모의 편견에서부터 자유로워지다 보니 다소 부담을 덜고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남한 대학생 이환준 씨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만 있으면 탈북 대학생과 언제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이환준 씨 (남한 대학생)] 처음 만날 때는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여느 한국인처럼 다 낯설지만, 친해질 계기만 있으면 똑같이 친해질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말을 걸면 다 같이 친해질 수 있으니까 탈북 대학생들도 '우리가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말고, 먼저 다가와도 좋고, 우리가 먼저 다가갈 테니까 너무 낯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송종섭 차장] 탈북자에 대해 적대적인 생각이나 반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젊음은 통하고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음: 남북 대학생들의 대화]

한편, 탈북 대학생은 외모만큼이나 남한 대학생들과 생각의 차이도 좁혀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탈북자들을 만난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탈북 대학생들이 매우 수동적이고 도움을 받는 것에만 익숙하다고 지적하는데요,

앞으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한 대학생처럼 치열한 경쟁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소통하는 자세,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일을 추진해가는 노력 등이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조언합니다. 외모와 문화만큼이나 서로의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는 건데요,

북한인권단체인 '나우(NAUH)'의 이영석 실장은 소통과 화합을 위해 탈북 대학생도, 남한 대학생도 서로 기다려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영석 실장] 남북 대학생들이 화합하는 곳에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강제로 뭘 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는 것 하나…, 그리고 남한 대학생들이 탈북 대학생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또 탈북 대학생을 처음 보는 다른 대학생들도 그들이 다르거나, 무섭거나,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친구처럼 다가서면 화합의 장이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곁에서 지켜본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들은 모든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탈북 대학생이세요?', '남한 대학생이세요?'라는 질문 자체가 무안할 정도였는데요,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낸 남북 대학생들은 미래에 남북한의 통일과 사회적 화합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함께 내딛자며 구분하기 어려운 외모만큼 마음의 거리도 더 좁혀나갔습니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미래에 통일의 주역이고, 미래의 역군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사회통합, 통일에 대한 열망이 계속 퍼져나가서, 통일을 위해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 그리고 함께했던 장병들이 사회에서 작은 통일을 기억하며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