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즉 조총련이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공식 후계자로 3남 김정은이 지명됐다는 사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1980년 정식 후계자로 지명되자 조총련 집행부는 전 조직을 동원해 김정일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조직원들에게 김정일의 정통성을 되풀이 학습시켰습니다. 그러나 3남 김정은에 대해서는 4일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총련 집행부는 북한 노동당 대표자 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교도 통신에 대해 “우리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을 뿐, 환영 논평은 일체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전재하는 형태로 3남 김정은의 이름이 들어간 당 중앙 군사위원회와 당 중앙위원회 명단만 보도했을 뿐 김정은에 관한 특별 기사는 4일 현재까지 일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조선신보는 총련계 동포 출신인 홍창수 선수(WBC 세계 슈퍼 플라이급)에 이어 리렬리 선수가 2일 태국의 푼사왓트 선수를 물리치고 새로운 WBA 세계 슈퍼 밴텀급 챔피언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3일과 4일 인터넷 판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3남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특별 기사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코리아 국제 연구소의 박두진 소장은 “본국(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조총련도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북한 당국이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은 돈줄이 막힌 조총련을 그만큼 경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두진 소장은 또 “북한이 작년 조총련 담당 부서를 노동당에서 내각으로 이관시킨 것은 조총련의 이용가치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요즈음 북한은 조총련보다는 중국에 있는 친북 조선인 연합회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두진 소장은 그러나 “조총련 대표단이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식 참석 차 곧 북한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 북한 당국이 어떤 지시를 내릴 것 같다”고 말하면서 “조총련도 대표단이 돌아 온 다음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3대 권력 세습을 지켜보는 조총련 동포 사회의 반응은 매우 차갑습니다. 도쿄 근교의 사이타마 현에 거주하는 홍영기 씨는 “리렬리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됐다는 소식을 조선신보가 크게 다룬 것은 3대 권력 세습을 언짢게 생각하는 조총련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영기씨는 또 “3남 김정은이 40년 전에 일본에서 건너간 고영희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그때의 고영희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서 “지금 총련계 동포 사회의 관심사는 고영희가 난 아들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는 사실보다는 우리 자녀가 다니는 조선 학교가 문부성의 학비 무상화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 여부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