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경매에 부쳐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기준 평가 금액의 두배인 4천800만 달러에 낙찰한 가고시마 현의 사찰 '사이후쿠지'의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여러 소문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조총련 중앙본부가 위치한 도쿄에서 멀리 떨어 진 가고시마 현의 종교법인 ‘사이후쿠지’가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기준 평가 금액의 두배가 넘는 45억1천900만엔 즉 4천800만 달러에 낙찰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이후쿠지’의 구입 목적과 자금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이후쿠지’는 현재의 주지 스님인 이케구치 에칸(76) 대승정이 1973년 가고시마 현 가고시마 시에 건립한 ‘고야산 진언종’ 계의 사찰입니다.
‘사이후쿠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케구치 대승정은 2009년 9월에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 2010년4월, 10월, 11월 그리고 작년 4월 등 모두 다섯차례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2010년 11월에 방북했을 때는 김일성 주석 관세음 보살상을 기증하고 법요를 집도했으며, 작년 4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축하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북한으로부터 ‘친선훈장 제1급’을 받았습니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작년 월간지 ‘세카이 12월호’에서 “4번째 북한을 방문했을 때 조선노동당 간부로부터 총련 본부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북일 관계가 악화된다. 어떻게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지난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우리가 낙찰한 데 대해 북한 당국도 만족스럽게 생각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 “건물의 일부를 기도의 장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총련이 원한다면 총련에 대여해 줄 생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케구치 대승정의 이같은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사이후쿠지’가 평가 금액의 두배가 넘는 거액을 주고 조총련 본부를 낙찰한 목적은 중앙본부 건물이 제3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고시마 현의 일개 사찰에 불과한 ‘사이후쿠지’가 4천8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낙찰 금액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낙찰 금액의 일부나 상당 부분을 조총련이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고시마 출신의 가와우치 히로시 전 민주당 의원은 “사이후쿠지가 그런 큰 돈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아사히 신문에 말했습니다,
도쿄 경시청 간부도 아사히 신문에 “사이후쿠지가 입찰에 참가한 진짜 목적과 자금 출처에 대해 불분명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 볼 생각임을 밝혔습니다.
이런 의문에 대해 이케구치 대승정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입 자금은 어느정도 마련됐으나, 앞으로 기부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그러면서 “조총련 측으로부터 매입 자금의 일부가 제공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도쿄지방법원은 최종 낙찰자인 ‘사이후쿠지’의 매입 능력 등 자격 요건을 심사한 뒤 29일 매각 허가를 내릴 방침입니다.
그런 다음 ‘사이후쿠지’가 도쿄 지방법원이 지정한 기일내에 낙찰 금액을 불입하면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은 완전히 ‘사이후쿠지’로 넘어 가게 됩니다.
그러나 조총련의 자금 일부가 만약 낙찰 불입 금액에 포함된 것이 발견되면 ‘사이후쿠지’의 낙찰 자격은 즉각 취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