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으며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정일봉에로의 답사행군'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지원자가 없어 평양시 돌격대와 강원도 군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답사행군을 조직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놀이가 북한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행사에 밤낮으로 끌려 다녀야 하는 주민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데요.
김 위원장의 생일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행사인 '정일봉에로의 답사행군'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겨우 시늉만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3년 전부터 식량문제와 숙박문제로 하여 정일봉 답사행군대가 많이 축소됐다"며 "지난해까지는 3천명 규모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천명도 채우지 못한 정도였다"고 전해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998년부터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맞으며 청년동맹 주최로 '정일봉에로의 답사행군'을 조직했습니다. 답사행군은 양강도 혜산시에서 출발해 김 위원장의 생가가 있는 삼지연군 소백수까지 270리 구간을 한주일 동안 걸어서 돌아보는 일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초창기 '정일봉에로의 답사행군'은 남녀 5천명씩 1만명의 규모로 조직되었으나 백두산의 추운 날씨로 하여 많은 동사자가 발생하면서 답사대원들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더욱이 이들의 숙식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북한 당국이 답사대원들을 강제로 개인 세대들에 투숙시키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해 조직된 '정일봉에로의 답사행군'이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는 행사로 변질되자 다급한 북한은 지난 2005년부터 방학을 맞아 비어있는 학교건물들을 이용해 답사대원들의 숙식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운영되지 않는 학교건물에서는 세숫물조차 구할 수 없어 답사대원들이 눈으로 세수를 해야 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급기야 북한 당국은 지난 2008년부터 답사행군대를 3천명 수준으로 축소하고 형식적인 행사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 12일에 보천보 전투승리기념탑 앞에서 '정일봉 답사행군대' 출정식을 가졌다"며 "올해는 답사행군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평양시 돌격대와 강원도 군부대들에서 강제로 인원들을 선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확정된 지난 2009년부터 정일봉에서 축포를 쏘며 요란한 행사를 벌리는 것처럼 소문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답사행군대가 너무도 적어 행사에 삼지연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김정일의 생일을 맞으며 "평양시의 일부주민들은 배급을 받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지 모르나 지방 사람들은 괜히 들볶이기만 해 불만이 많다"며 "요새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생일행사와 관련된) 강연회나 영화감상회장도 텅 비어있는 상태"라고 썰렁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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