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바람에 깜짝” 김정일 칩거

최근 북아프리카 나라들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리비아로 번져 카다피 정권이 최대 위협을 맞고 있는 가운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 활동에서 사라졌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매체들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월 17일. 정월 대보름을 맞아 북한 주재 중국 관계자들과 음악공연을 관람한 뒤 입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정월대보름에 즈음하여 중국동지들과 함께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을 관람하시였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열흘 동안 김 위원장은 공식 활동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김 위원장의 칩거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우선 아프리카의 최대 우방인 카다피 정권까지 붕괴직전으로 치달으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은둔에 들어갔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현재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서부와 동부 지역의 많은 도시들을 점령하고 카다피 정권을 지지하는 친정부군과 맞서고 있습니다.

친정부군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리비아는 한치 앞을 가려볼 수 없는 내전 국면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이에 리비아 정권의 핵심 관리들이었던 검찰 총장과 내무장관 등 고위 관리들이 시위대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에 항의해 사임하는 등 카다피 진영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북한 당국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를 차단하고, 전화 내용을 감청하는 등 중동 사태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을 감시하는 보안요원들을 대폭 증강하고, 장마당에서 주민들끼리 모이지 못하도록 보안요원들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과거 한반도 위기 상황 때마다 공개 활동을 중단해왔습니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48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미국이 돈세탁 혐의로 마카오 은행에 예치했던 북한 외화를 동결시켰을 때에도 39일 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번에도 카다피 정권까지 반정부 시위대에 무너질 경우, 그 영향이 어떻게든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그에 대한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북한도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도 은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치료에 집중해왔으나, 여전히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것으로 북한 텔레비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160여 차례에 달하고, 올해 자신의 생일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친 점으로 볼 때 최근 은둔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시작된 김 위원장의 은둔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