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수중발레 퇴폐라고 하더니...”

한때 '자본주의 퇴폐문화'라고 금지됐던 수중발레무용이 요즘 들어 북한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에서 수중발레무용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생일인 2월 16일을 맞아 수중발레무용을 관람한 데 이어 3월 들어 또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위대한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수중발레무용을 관람하시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 김정은 등 북한 권력의 핵심 간부들을 거느리고 평양시 창광원에서 진행한 수중발레무용을 구경했습니다.

수산성체육단과 륙해운성체육단 등 여러 곳에서 선발된 수십 명의 선수들은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과 ‘공격적이다’ ‘혁명을 위하여’ 등 노래박자에 맞춰 훌륭한 율동을 선보였다고 중앙TV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중발레는 한때 김정일의 지시로 금기 종목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평양출신의 한 탈북자는 “80년대 이전까지 북한은 수중발레 무용을 퇴폐적이라고 금지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저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자들을 물속에 넣고 붕어처럼 춤추게 하고 사람들은 거기서 쾌락을 느낀다고 비난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이 탈북자는 80년대 김정일의 지시로 내려온 강연제강에 “수중발레는 자본주의 부자들이 자기의 변태적인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종목”이라고 비난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생일을 맞아 수중발레무용을 관람하기 시작하자, 평양시민들 속에는 “언제는 퇴폐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가 좋아서 구경한다”며 수군대는 주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번에 수중발레 무용을 관람한 뒤, “수중 무용체조는 수영과 체조, 무용을 일체화한 특색 있는 체육종목”이라며 적극 발전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중앙텔레비전은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시기 체제선전을 위해 자본주의 생활문화와 양식이 썩었다고 비난하다가도 몇 년 뒤에는 그것을 따라하는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80년 대 초, 애완견 사육을 두고 “개에게 신발을 신기고 화장시키는 자본주의는 개 같은 세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애완견 바람이 불면서 종자 애완견 한 마리에 미화 1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