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탈북자 “김정일 중국에 구걸 갔을 것”

0:00 / 0:00

MC:

20일 새벽에 전격 이뤄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에 대해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식량 등 경제지원을 요청하러 갔을 것이라고 반응했습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자 김순녀(가명. 50대)씨는 아침 시간에 텔레비전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보았습니다.

고향이 함경북도 국경지역인 김 씨는 김 위원장이 중국방문 통로로 이용한 온성군 남양 역전을 잘 안다면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야밤 새벽을 틈타 중국의 소도시(도문시)로 넘어 간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씨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에 대해 한마디로 구걸하러 갔을 거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정일이 중국에 갔다는 자체는 구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왜, 지속적인 식량난이 10년 넘게 되었잖아요? 밑바닥까지 이젠 없으니까, 이젠 더 나올게 없다, 그러니까 자기 아들까지 후계자로 세웠는데 선물까지 못주게 되었어요”

김정은이 인민들의 지지를 받자면, 식량배급과 선물을 넉넉히 안겨줘야 하지만, 현재 북한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러 더는 헤어날 가망이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가끔 연락하고 있는 김 씨는 “먹고 살기 힘드니 좀 도와달라”는 가족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여진다고 반응했습니다.

심지어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 4월 15일에 아이들에게 주는 사탕, 과자의 가짓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년도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아 선물을 못 줄 게 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작년에 두 차례나 중국에 가고도 올해 또 찾아가는 것은 그가 주창하던 주체, 민족자존심이 허물어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직 주체를 가지고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해놓고 지금에 와서 전혀 이뤄진 게 없지 않아요, 백성들은 배고파서 뛰쳐나오고, 다른 나라에 팔려가고 김정일이 갈 곳은 오직 중국밖에 없지 않아요, 비굴하게 구걸하러 간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선포와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아 인민들에게 선물도 공급해야 하지만, 현재 경제형편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미국 동부에 정착한 평양출신 탈북자 김순희(30대)씨는 말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김씨는 “김정일 생일 50돌에 평양시 가정들에 50가지의 선물을 주어 그때 김정일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면서 “내년도는 김일성 생일 100돌인데, 그래도 몇 십 가지를 줘야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방중 길에 김정은도 함께 갔다면, 장군님(김정일)을 보좌해 외국방문을 했다는 업적을 인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선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