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일본의 한 언론과 지난 7년 동안 주고받은 전자우편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전자우편에서 김정남은 ‘중국이 자신을 보호하면서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의 집권으로 인한 위기의식 때문에 나온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남은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전자우편에서 “중국 정부는 나를 보호하지만 감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김정남이 자신과 중국 정부의 관계를 밝힌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김정은 후계체제 하에서 위기감을 느낀 김정남이 생존을 위한 방어막을 쳤다는 겁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고려대 정책대학원 김승채 교수입니다.
김승채:
그 위기의식은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과연 자신을 보호해줄 것인가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중국 정부와 당 관료가 실제로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 위협을 가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김 교수를 포함한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김정남의 발언이 “중국 정부와의 교감” 하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중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중국이 김정남을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 언론과 주고받은 전자우편에서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김정은의 ‘어린 나이’와 ‘통치 무(無)경험’, 그러니까 통치를 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겁니다.
김정남은 “할아버지(김일성)의 외모만 닮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걱정”이라면서 “현재 김정은은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며 기존 파워엘리트(핵심세력)이 권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김정일이 당초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3대세습에 반대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해선 ‘백두산 혈통’이 중요하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정남은 중국이 북한의 3대세습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세습을 환영한다기 보다는 북한의 내부 안정을 위해 후계 구도를 인정할 뿐”이라면서, “3대 세습은 세상의 웃음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후계자에서 멀어진 이유에 대해 김정남은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북한에 들어간 후 아버지에게 개혁•개방을 주장하면서부터 멀어졌고 이후 경계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미래와 관련해 김정남은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무너지고, 개혁과 개방을 할 때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정남과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이 200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주고받은 전자우편 내용은 17일 발매된 한국의 월간조선이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고미 편집위원은 100여개의 전자우편 내용과 김정남을 2011년 1월과 5월 두 차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모아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제목의 책을 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