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북한의 장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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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북한이 개방, 개혁의 길로 가지 않으면 장래는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7년간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3차례에 걸친 회견 내용을 담은 ‘김정남의 독점고백,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이 20일 일본에서 발간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이 책의 출판에 즈음하여 24일 ‘일본 외국인 특파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체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북한의 권력이 김정은 체제로 이어 진다해도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이어 총 7시간에 걸친 직접 회견과 150여 통에 이르는 전자우편에서 김정남은 “(아버지가 쌓은) 37년간의 절대 권력을 (후계자 교육이) 2년 정도인 젊은 후계자가 어떻게 이어갈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처럼 개혁, 개방의 길로 가지 않으면 북한의 장래는 매우 어둡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2시간에 걸친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언론은 김정남의 인물평,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 책 출간 이후 김정남이 받을 불이익 등에 관해 집중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김정남은 매우 예의 바른 사람이며, 방탕아라는 소문과는 달리 정치, 경제 문제 등에 높은 식견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하면서 “한국에서 발행된 북한 관련 서적을 김정남에게 보내려고 했더니 이미 읽었다는 답신이 왔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김정남은 2001년 5월 도미니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나리타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남은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한 것은 모두 5차례라고 말하면서, 도쿄 신바시에 있는 호텔에 머물면서 아카사카의 한국 술집 ‘세레나데’ 등에 자주 갔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둘째 동생 김정은도 위조 브라질 여권을 사용하여 일본에 몇 차례 불법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나리타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북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여 외국에 입국하는 사례가 금지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정식 후계자로 지명된 둘째 동생 김정은에 대한 인물평에 대해서 김정남은 “아직 한 번도 만난 본적이 없어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인지는 나도 잘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첫째 동생 김정철은 외국에서 우연히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보호하는지 감시하는지는 몰라도 항상 중국 공안 경찰이 나를 먼 거리에서 경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김정은 체제의 대안으로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에 반대한다는 김정남의 적나라한 발언을 담은 책이 일본에서 출판된 이후 김정남이 암살되거나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에 대해서였습니다.

이에 대해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책이 출판된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이 김정남의 안위에 쏠려 있는 지금 북한 당국이 직접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일본 언론인은 “지금까지 오스트리아와 북경 등지에서 김정남에 대한 암살 계획이 추진됐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부친이자 최대 후견인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금 북한 당국이 김정남의 돌출된 언행을 이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