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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Georgy Toloraya) 박사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최종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하는 주변 인물들이 있지만 김 부위원장이 일단 결정을 내린 사항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톨로라야 박사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Q: 톨로라야 박사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는데요. 북한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로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톨로라야): 한 달은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통령 등 새로운 지도자의 지도력을 평가하는데 100일 정도 기간을 주지 않습니까? 하지만, 애도 기간 중에 김정은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북한 내에서 완전한 통치권자로 받아들이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During the mourning period he was very active and that shows that there was a consensus among the leadership to present him as the due full-powered leader of the country.)
Q: 앞서 김 부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셨는데요?
A(톨로라야): 집단지도체제라는 말은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I don’t like the word ‘collective leadership’). 북한에는 흔히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는 junta 말하자면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이사회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이 혼자 결정을 내리기 힘든 사항에 대해 주변의 원로들로부터 의견과 조언을 듣고 스스로 정책 사항에 대해 판단합니다. He will be the one responsible for the decision.
Q: 그렇다면 김정은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완전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톨로라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김정은이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지도부에서 의견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일단 김정은이 결정을 내린 후에는 어느 누구도 그의 결정을 반박할 수 없다는 겁니다.
Q: 앞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김 부위원장이 국정을 수행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와 같은 맥락인가요?
A(톨로라야): 그때는 전략적 결정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버지 김 위원장처럼 모든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결정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주변의 조언(advice from the inner circle)을 참고로 하더라도 허수아비는 아닙니다. 제가 한 달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Q: 그럼 군부의 반란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나요?
A(톨로라야): 북한의 군부는 별도의 정치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지도부의 일원으로 더 이상의 권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군부의 반란은 없을 겁니다. Military coups are improbable.
Q: 지난달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 언론에 외교적인 관례를 깨고 미국과의 식량 협상 과정을 공개했는데요. 외무성에 비해 군부의 입김이 세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A(톨로라야): 북한은 외교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한국과 러시아에도 그랬듯이 비밀 접촉 내용(essence of more or less confidential negotiations) 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협상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할 뿐입니다. 미국의 입장이 난처하게 해 협상을 가속화하려는 시도입니다. 북한은 위에서 수직으로 명령이 내려가는 체계입니다. 군부나 외무성의 입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군부와 외무성을 분리할 수 없습니다. 군부 강경파가 정책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표현은 북한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Q: 북한이 아직도 미북 대화를 원한다는 것인가요?
A(톨로라야): 16일 북한의 고위 관리와 통화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판단하기에는 북한이 미국과 양자대화를 원하고 미국으로부터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6자회담의 재개 의사도 있습니다. 북한의 외무성 발언은 미국과의 대화를 중지하겠다는 것보다는 오바마 행정부와의 양자 대화를 가속화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Q: 미국이 군부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쌀과 옥수수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북한의 새 지도부가4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주민에게 나눠주기 위해 미국의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나요?
A(톨로라야): 북한은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고 주민들에게 나눠줄 식량이나 현금이 필요로 할테죠. 하지만, 북한은 상당 기간 준비를 해 왔고 주민들에게 나눠줄 식량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김 위원장의 사망을 구실로 삼을 겁니다.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죠.
Q: 그럼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요?
A(톨로라야): 식량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정권을 붕괴시키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죠.
Q: 최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A(톨로라야): 미사일 시험 발사 계획은 김 위원장 사망 전에 이미 계획된 것 일겁니다.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보이기 위해 계획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감행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30일 서둘러 인민군 최고 사령관으로 추대 됐는데요?
A(톨로라야): 여러 관측이 있지만,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되면 당 총 비서가 됩니다. 당 중앙위원회나 당 대표자회 등에서 추대돼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이나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전후로 이와 같은 추대 의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북한의 경제 개혁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A(톨로라야): 아직 경제 개혁과 같은 변화를 시도할 여지가 없습니다. 북한이 1년 정도 내부 단속을 통해 안정을 꾀할 것입니다. 권력 장악부터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