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태양절’ 김정은 후계구축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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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북한이 고 김일성 주석의 탄생을 기념하는 태양절을 크게 벌려놓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김 씨 왕조’에 대한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금수산기념궁전 앞에서 수만 명의 청년 대학생들이 충성의 맹세모임을 가졌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14일 조선중앙방송은 새벽부터 평양시민들이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 동상을 참배했다고 전했고, 같은 날 중앙텔레비전도 김일성화 축전이 개최된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민족최대의 명절인 태양절을 맞아 제13차 김일성화 축전이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됐습니다.”

세계 각국에 식량을 요청하는 바쁜 와중에도 특별 비행기를 띄워 러시아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옛 동구권 나라들에서 수백 명의 예술인들을 초청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벌려놓았습니다.

15일 밤에는 대동강변에서 성대한 불꽃놀이 행사도 예상돼 있어 올해 태양절 규모는 최근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태양절을 이처럼 크게 쇠는 데 대해 한국 언론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구축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일성을 찬양하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후계자 김정은의 찬양가인 ‘발걸음’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북한 중앙 TV는 김일성을 영웅화한 선전영화들을 집중 편집 방송하면서 김 씨 왕조가 ‘만경대가문’, ‘백두혈통’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했던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태양으로 추앙받는 김일성의 손자임을 확실히 각인시켜 북한 주민들로부터 자연스러운 개인숭배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입니다.

김정은이 깜짝 등장했던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에서 할아버지 김일성의 청년시절 모습과 비슷하게 꾸며 내세운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태양절을 맞아 김정은 체제를 보좌할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습니다.

12일 군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김일성의 빨치산 전우인 전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57) 노동당 군사부장과 황병서(62)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상장에 임명했고, 수십 명의 젊은 군인들을 장령(장성)에 올렸습니다.

이처럼 젊은 층들이 북한 권력 핵심부에 대거 들어가면서 이번 태양절은 김정은 후계구축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악화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를 조기에 안정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태양절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