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민심잡기’ 부친과 달라

MC: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가 김일성 전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공개연설을 하고,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선물하는 등 민심잡기에 나섰습니다.

은둔 형이었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4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새 시대를 알리는 연설을 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연설>

“항일혁명 열사들과 인민군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1992년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이 있으라!”는 단 한마디 연설밖에 하지 않았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 1비서는 20분 동안 원고를 내리 읽었습니다.

김정은은 연설도중에 “지휘관과 병사는 다 같이 최고사령관의 전우”라는 말로, 자신이 군인들과 한 운명공동체임을 각인시켰습니다.

또 4월 15일을 맞아 15가지 이상 식품을 주민들에게 선물로 주도록 지시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평양의 어느 한 병원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선물로 된 돼지 족발을 받아 안은 환자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병사들과 어깨를 겯고, 팔을 끼고, 주민생활을 직접 챙기는 김 1비서의 이러한 친서민적 행보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명절 때마다 군대와 예술인들에게만 선물을 몰아주는 등 편중화 되었지만, 김정은은 민심을 광폭 적으로 끌어안는 아량과 포용을 베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지난 3월8일 국제부녀절을 맞아 김정은 1비서가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사회자가 무대와 객석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등 개방적인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또 오극렬, 김원홍 등 고위급 장성들이 무대에 나와 노래자랑을 하는 모습은 과거 ‘기쁨조’ 공연을 몇몇 핵심 측근들과 함께 밀실에서 보았던 아버지와 다른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김정은의 통치술에 대해 이렇게 분석합니다.

“김일성 김정일은 분명히 일반 주민들에게 겁을 주면서 나라를 통치했지요, 하지만 김정은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남이 자기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그런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근 30년 가까이 아버지와 함께 공동 통치해왔기 때문에 권력기반이 탄탄했지만, 김정은 1비서는 후계 준비기간이 짧아 최대한 민심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더욱이 장거리 로켓발사 실패로 우상화에 흠집을 냈기 때문에 더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레그 총장은 김정은 1비서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고모인 김경희 비서 등 강경파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아버지의 통치이념을 거역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북한의 경제형편이 김정은의 이러한 ‘민심잡기’ 정치를 뒷받침할지가 관건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 탈북자는 “예로부터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는데, 민심을 얻기 위해선 뭔가 자꾸 줘야하는데, 경제가 엉망이 되어 무엇을 주겠는가”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