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호칭이 날마다 격상되고 있습니다. 후계구도의 정착을 서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매체들은 2009년 상반기부터 김정은을 ‘존경하는 대장 동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호칭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19일부터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입니다. 주로 김정일 위원장을 부를 때 사용하던 표현입니다.
24일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원래는 김일성 주석에게만 사용했던 표현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91년 최고사령관이 된 다음 이 수식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5일 북한 언론은 김정은을 ‘21세기의 태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24일엔 ‘어버이’라는 단어도 사용했습니다. 원래는 모두 김일성 주석을 수식하던 표현들입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장진성 씨입니다.
장진성
: 김정일 때에는 호칭 선택에 있어서도 기승전결이 있었는데, 김정일이 죽고 나서는 호칭을 일단 사용하고 보자는 논리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북한의 선전선동 전략에 혼란이 오고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직책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현재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입니다. 하지만 북측 언론을 보면 김정은은 이미 총비서이며 최고사령관입니다.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부르며”라는 문장을 사용했고,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사용합니다.
최고사령관과 총비서 자리를 조만간 김정은이 차지할 것임을 북측 언론매체들이 시사한 겁니다.
20일자 노동신문은 외국 대통령의 조전을 인용하면서 김정은에게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을 사실상 국가 원수로 내세운 것입니다.
애도 기간도 덜 끝난 상태에서 북한 당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김정은의 집권 준비 기간이 짧았던만큼 권력 장악 속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인 듯 하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또한 권력 승계과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정성장
: 현재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이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김정일 사후 북한이 혼란으로 갈 것’이라는 지배적인 전망에 대해서 북한이 ‘결코 그렇지 않다’고 과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북측은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5개 기관 명의로 내놓은 발표에서 김정은을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로 규정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유일적 영도는 주체사상의 영도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김정은이 사실상 수령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정성장 박사의 해석입니다.
김정일 사망 10여일만에 김정은은 북한 내 최고 권력자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을 모두 독차지했고, 조만간 총비서와 최고사령관 등 핵심 직책을 차지할 것임을 시사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