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김정은 심사숙고 모습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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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박한식 석좌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서 심사숙고하지 않는 면이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박한식 교수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이번 방북 기간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경륜이 많은 고령의 북한 관리들로부터 자문을 받긴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 심사숙고하기보다는 일단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 제1비서가 다소 즉흥적으로 위성 발사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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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식

) 예컨대 ‘이것이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명절이고 한데 발표해야 되겠습니까,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제가 듣기로는 (김 제1비서가) ‘그걸 사실대로 발표해야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발표 여부에 따른 여파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고 자기 원칙이 있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아직 어리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 당국이 한국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농지개혁 촉구 발언 등에 큰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최근 대남도발 위협이 현실화되고 또 그로 인한 사소한 남북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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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식

) 제 인상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인내심이 좀 있었는데 (현 지도자가) 나이가 젊다보니까 그런지 몰라도 거기(한국 측 발언)에 대해 북한 측이 바로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감정적 대응이라는 것은 아니고 결단을 과감히 밀어붙인다는 성향을 감안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우발적인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안한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박한식 교수는 이어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을 앞으로 조금 더 투명하고 개방적인 모습으로 이끌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 체제가 개혁과 개방, 서구화 방향으로 나가진 않을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이번 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북한 당국이 서방 기자단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미뤄볼 때 향후 북한에서 투명성, 또 진실성과 관련해 일부 긍정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최근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적극 협조했다고 해서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가 손상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긴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선다고 해서 핵을 보유한 북한의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한식 교수는 북한이 조만간 3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보단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박 교수는 북한 당국이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한식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한 바 있고 현재 미국 조지아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GLOBIS)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