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오늘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해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던 김정은은 1년이 지난 지금, 후계자로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3대 세습이 성공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말부터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한국과 일본 등의 언론을 통해 김정은 후계자설이 나돌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해 보도가 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한국의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실을 제일 먼저 알렸습니다.
그리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2010년 9월 27일, 북한은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하고 이름을 최초로 대외에 공개했습니다.
소문에 불과했던 김정은의 후계자설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어 이튿날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합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관계로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후계자 지정을 서둘렀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식 석상에 나타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은 호위총국과 국가안전보위부의 책임자로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이미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박사] 김정은이 호위총국과 보위부의 책임자 역할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일성 주석이 국가를 수립할 때도 그랬고, 김정일이 권력을 이어받을 때도 그랬습니다.
한국의 통일부가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대표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현재까지 총 100회의 공개 활동을 벌였습니다.
지난 5월에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국경 지역으로 마중 나가는 모습도 보였는데, 당시 기차역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팔순을 넘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아직 서른도 안 된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원로 신하가 황태자에게 인사를 하는 격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정일이는 나고, 나는 곧 정일이라고 김일성이 생전에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김정일도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태복 의장이 후계자 김정은에게 90도로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했다고 봅니다. (중앙당 내에서도) 후계자로서 분명한 위치에 있고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또 평양 시내에 걸려있는 구호판에서도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이라는 글귀가 있는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각각 상징하는 말입니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증거입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도 앞 다투어 ‘김정은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의 세습 과정을 정당화하려는 의미로 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직계 자손이라는 점을 대외에 알리려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지난 1년 동안 공포정치로 이완된 주민들의 민심을 잡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국경연선의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여러 개의 상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계속되는 주민들의 체제 불만을 북한이 어떻게 잠재우느냐 하는 것 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일 것입니다.
[인터뷰: 탈북자
김춘애
씨] 만약 김정일이 사망할 경우 아직 토대를 못 닦은 김정은 체제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세습 작업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내년 100회를 맞는 김일성 생일을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이 먹혀들지는 의문입니다.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권력세습에만 몰두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권력 세습의 정당성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