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다음은 영국의 북한 주재 초대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와의 대담을 전해 드립니다.
양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양희정: 제임스 호어 전 대리대사는 2001년 1월 북한 주재 초대 대리대사로 파견됐습니다. 호어 전 대리대사는 1970년대 이후 북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해 1998년 유럽연합 대표단의 일원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호어 전 대리대사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내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질문했습니다. 호어 대사는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을 판단하기가 힘들다면서 특히 북한에 관해서는 누구도 확실히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어 대사: 북한에 갑작스럽게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젊은 김정은이 단기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북한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북한의 지도부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너무 없습니다.
양희정: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목한 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호어 대사: 당분간은 아무도 김정은의 지위에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좀 늦기는 했지만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북한이 당분간은 이 구도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양희정: 그럼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호어 대사: 김정은이 몇 년이 지나 축출될 수도 있고 장기 집권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권력이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만큼 강력하지 못했던 것처럼, 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김 위원장보다 분명히 약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양희정: 그럼 장성택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구도가 계속될까요?
호어 대사: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혈통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장성택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다면 그 연속성이 깨지는 것입니다. 제가 장성택의 입장이라면 김정은을 앞에 내세울 것입니다.
양희정: 북한에서 장성택이나 군부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있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호어 대사: 북한에서 정치적 갈등의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간부들의 지위 이동이나 숙청은 있겠지만 내부 갈등이지 외적 갈등은 아닐 겁니다. 나이든 간부들이 특히 대상이 될 겁니다. 하지만, 군부의 반란은 더 가능성이 낮아요.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위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중동 민주화의 결과에 대해 알고 있을테고 따라서 '변화'를 두려워할 겁니다.
양희정: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김정은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좀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데요.
호어 대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알링턴 공작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고 아일랜드 사람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났다고 말이 아니다"라면서요.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유럽인의 사고방식과 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양희정: 최근 북한은 유럽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것이 김정은의 영향은 아닐까요?
호어 대사: 북한이 유럽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북한은 유럽과 '꾸준히' 교류를 해 왔습니다. 북한은 개방의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동시에 경제 단속을 강화하는 상반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북한 관리나 학생들이 유럽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살았을 때는 분명 그의 승인이 있었겠지만 김정은의 제안에서 나온 결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양희정: 장성택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호어 대사: 장성택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관심이 많고 중국에 인맥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개방에는 호의적이지 않은 인물입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양희정: 대사님, 감사합니다.
호어 대사: 성탄절 잘 보내시고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MC: 영국의 북한 주재 초대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와의 대담이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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