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 주민들 속에서 김정일 시대가 차라리 살기 좋았다는 말이 번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워낙 높아진데다 최근 발표된 노작으로 하여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크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노작을 긴급 배포했지만 이를 본 대학생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함경북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노작이 4월 17일, 당대표자회 참가자들을 귀가시키는 열차편을 통해 각 지방에 배포됐다"며 "당, 근로단체 조직별로 노작의 내용을 학습하고 청년동맹과 대학생들은 노작 원문을 암송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당국은 김정은 1위원장이 지난 4월 6일 노동당 책임일꾼들과 한 담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 위업을 빛나게 완성해 나가자'를 그의 첫 노작으로 규정하고 모든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노작의 내용을 두고 "우리시대 앞길을 밝혀 준 역사적 노작"이라고 찬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별 볼 것이 없다"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앞길을 밝혀준 게 아니라 아예 꽉 막아버렸다"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함경북도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작의 내용이 김정일의 노작을 그대로 베낀 거나 마찬가지였다"며 "개혁개방에 대한 실오리(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소식통도 "김정은의 노작을 학습하라며 장마당에서 젊은 사람들을 다 쫓아내고 있다"며 "노작 학습도 집에서 개별적으로 하지 말고 직장이나 조직별로 모여 집체적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주민들이 형식적으로 모이기만 할 뿐 실제로 노작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아직 이곳은 날씨가 차서 회의실이나 사무실들에 모여 학습을 할 형편이 못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모든 장마당에 검열성원들이 파견돼 임의로 노작학습 정형을 확인할 것이라는 장마당 담당 보안원의 말을 전하며 "노작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영원히 퇴출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며 김정은의 노작 학습을 강요하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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