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외무상, 재일동포 헌금 문제로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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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이 교토에서 불고기 집을 운영하는 재일 동포로부터 4년간 정치 헌금 20만 엔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 6일 저녁 전격 사임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이 6일 저녁 간 나오토 총리와 만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간 총리는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주요 선진국 외무상회담(G8)이 열린다는 점을 들어 사임을 만류했으나, 마에하라 외무상은 사임 의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민당의 니시다 마사시 참의원 의원은 지난 주 열린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마에하라 외무상이 교토에서 불고기 집을 운영하는 재일 한국인 여성으로부터 불법으로 정치헌금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그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일본의 정치 자금 규제법은 외국인이나 국내 기업의 주식을 과반수 이상 보유하는 외국 법인이 정치 헌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처음엔 재일 한국인 여성으로부터 받은 정치 헌금이 4년간 20만 엔에 불과했고, 일본의 외교 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등을 들어 야당의 사임 압력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외교 문제를 총괄하는 현직 외무상이 외국인으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았다는 비판이 거세어지자 결국 6일 저녁 사임을 정식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일본의 한반도 소식통들은 마에하라 외무상이 사임한 진짜 이유는 북한 방문과 관련한 모종의 폭로를 경계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교토 후 의회 의원 때인 1992년 조총련 산하의 교토 상공회 간부와 함께 북한을 처음 방문했으며, 1999년에는 국회의원신분으로 교토의 직물 회사 사장(일본인)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두 번째 북한 방문 때 교토의 직물 회사가 건설한 공장을 둘러보는 한편 평양에서 요도호 납치범들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올해 연초 6자 회담과는 별도로 북일 2국간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납치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마에하라 외무상이 두번이나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사이에 개인적인 대화 채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자민당의 이나다 토모미 의원도 지난 2월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마에하라 외무상이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을 가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라고 따졌습니다.

자민당은 마에하라 외무상의 외국인 불법 헌금 문제를 터트린 데 이어 제 2탄으로 ‘북한 관련 의혹’을 국회에서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에하라 외무상이 그 낌새를 미리 알아차리고 6일 전격 사임한 것이라고 일본의 한반도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