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죽음에 놀란 김정일 처음 간 곳은...

MC: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하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을 대동하고 호위사령부를 방문했습니다. 독재자들이 떨어져나갈 때마다 김 위원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자기 인민의 손에 죽은 지 이틀 만인 22일 김정일은 호위사령부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녹취:

중앙TV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제985군부대를 방문하셨습니다”

조선인민군 제985군부대는 김정일 일가의 경호임무를 맡은 호위사령부의 대외 위장 단대호로, 부대를 찾은 김 위원장을 윤정린 호위사령관이 영접했습니다.

부대를 찾은 김 위원장이 “기별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이번 김 부자의 호위사령부 방문이 일정에 없었던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부대 군인들에게 수령결사옹위정신을 높이 발양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은 “한 몸 그대로 총폭탄이 되어 마지막 한 사람, 마지막 총 한자루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주체의 혁명위업, 선군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해갈 투철한 수령결사옹위정신이 세차게 끓어 번지고 있었다”고 부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일 부자가 예고도 없이 호위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카다피의 사망 등 최근 세계정세 변화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카다피가 평소 수천 명의 친위부대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정작 사망 당시에는 그의 곁에 한 명의 경호원도 없었다는 점 등은 김정일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줬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그동안 독재자들이 축출될 때마다 김정일이 불안감을 보여 왔지만, 카다피가 사망한 다음날 호위부대를 전격 찾은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대군인들에게 돼지고기와 남새 등을 잘 공급하라고 지시한 것도 호위부대에 대한 자신의 변함없는 관심을 부각시켜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경호의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호위사령부는 북한에서 최고의 출신성분을 갖춘 5만 명 이상의 부대원들로 조직되었습니다.

이 부대는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경호하는 특수임무와 김정일 일가가 쓰는 사무실과 저택, 그리고 별장과 사냥터 등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독재자들이 무너질 때마다 보안체계를 강화하는 관행을 보여 왔습니다.

올해 2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나자, 중국 공산당 공안부장인 멍젠주(孟建柱. 맹건주)를 만나 북중 국경 봉쇄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한 후 김정일은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하고 “오늘의 이 순간을 놓쳐 내일의 쓴 맛을 보지 말라”고 경계심을 촉구한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