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씨가 더워지면서 한반도 전체에 모기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에도 요즘 모기에 의한 질병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에 따라 남쪽의 파주시는 오는 9월까지 개성공업지구에 말라리아 특별방역을 펼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자 5만여 명과 남측 근로자 800여 명이 일하는 개성공업지구. 개성공업지구 일대는 말라리아 등 감염병 취약지역입니다. 장마철로 접어든 요즘 말라리아 환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성출신의 탈북자 최윤철 씨입니다.
최윤철: 말라리아의 주 경로가 모기인데요. 말라리아 발병을 막기 위해선 우선 모기 박멸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쪽 지역은 그게 잘 안됩니다. 아무래도 가까이에 비무장지대 등이 있고 그러니까요. 그리고 말라리아 방역 약품도 부족하고요.
말라리아에 걸리면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측 경기도 파주시에 말라리아 방역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말라리아 방역 사업은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북한 당국도 대단히 협조적입니다.
최윤철: 5만 명의 근로자가 있는 개성공단에서 말라리아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면 북한은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개성공단을 중단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거든요.
북한에서 발생한 말라리아는 군사분계선을 지나 남쪽의 파주시 인근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남북 간의 인적 교류가 끊긴 2010년 이후에도 말라리아 방역 활동을 위한 방북에 대해선 계속 허용해왔습니다.
올해 개성공업지구의 말라리아 방역 작업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오는 9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벌일 계획입니다.
방역은 모기 성충과 유충 서식지인 물웅덩이를 비롯해 하수구, 도로변 풀숲, 쓰레기장 등을 대상으로 중점 실시한다고 남쪽의 파주시는 밝혔습니다. 더불어 모기기피제, 살충제 등을 북측에 지원해 개성공업지구 주변도 자체적으로 방역관리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가천의대 박재원 교수의 말입니다.
박재원: 북측의 말라리아 환자들이 남측의 말라리아가 발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감염원입니다. 감염원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남북 말라리아 공동방역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북측에 대한 남측의 방역 물자 지원으로 파주시 주변의 말라리아 환자 수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각종 질병에 대한 방역이 전혀 없는 실정이며, 말라리아 환자도 해마다 300 명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