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천안함 사태 이후 개성공단 기업들이 줄어드는 주문량과 은행권 신용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1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입주 기업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개성공단의 시급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창섭
: 우리 같은 경우에는 2개월이 지나면서 비용이 3천만원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이 드는 겁니다.
개성공단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의 얘기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문 대표는 생산량 감소와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기업 운영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 대표를 비롯해 입주기업 대표 10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입주 기업 대표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그 동안 비공개로 열렸던 간담회는 이날 언론에 공개리에 진행됐습니다.
입주 기업 대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성공단의 체류인원 제한조치를 조속히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입주 기업들의 사정은 절박했습니다.
김기문
: 엊그제 우리 배해동 회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개성공단에서 내려온 분들이 집으로 가지 않고 파주 인근 여관에 가신다고 들었는데요.
문창섭
: 개성공단에서 오후 5시에 나오려면 3시부터 일손을 놓고 나올 준비를 해야 하니까.
김기문
: 그러면 현지에선 3~4시간 정도 밖에 일하지 못하는 거네요? 문창섭: 네, 그런 현실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당수 입주 기업들이 임시로 출퇴근 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의 입출경 시간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얘기한 것입니다.
특히 업무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대에 관리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의 신규투자 금지조치로 개성공단에 설비가 반입이 안 돼 기업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기문
: 공장을 지어놨는데, 설비가 들어가지 못해 공장 조업을 못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옥성석
: 저 같은 경우 5.24조치 이전에 일본에서 수입한 미싱을 개성공단에 보내려고 했는데, 5.24조치로 통일부가 반입 승인을 해주지 않아 반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관도 통일부의 승인이 있어야 통과가 되거든요.
유동욱
: 새로 2천5백평의 공장을 지었는데, 신규투자 금지조치로 기계설비가 못 올라가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공장 냉방을 위한 에어컨 반입도 신규투자로 간주돼 반입이 안 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냉각시키는 전자제품입니다.
이은행
: 공장 아래층에 150평짜리 2대 에어컨이 있습니다. 지금 2층의 온도가 36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넣어주려고 해도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측 노동자들의 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운 기업도 있었습니다.
문인식
: 공장 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인력이 적어도 2/3는 돼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 가동을 못해요. 그러다 보니까 매달 적자만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의 운영자금 대출지원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시계업체인 로만손의 장호선 전무입니다.
장호선
: 갑자기 주문 폭주해서 원자재를 사야 하는데, 갑자기 자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니까 대출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은행에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개성공단의 리스크 때문이라고..
로만손의 경우 자체 상표가 있을 정도로 개성공단에서는 비교적 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입주기업 대표들은 비공개로 다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입주 기업들의 이번 요구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만큼 정부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지난 16일 개성공단의 상주인력을 기존 500명에서 600여명으로 100명 정도 추가 확대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