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실태 점검은 '감사' 성격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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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달 16일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해당 입주 기업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실상 감사 성격의 점검이여서 기업의 경영 비밀이 노출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기업 실태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겠다”며 10월 5일까지 실태점검을 끝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조사가 시작되자 북한은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들까지 요구했습니다.

특히 경영상 밝히기 어려운 비밀 사항까지도 요구하고 있어 입주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실태 점검도 오는 10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실태 점검의 결과에 따른 향후 북한의 대응에 대해 긴장과 함께 주목하고 있습니다. 입주기업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업 관계자: (기업이) 불평,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 (북한의 요구 사항이) 압력으로 작용하니까 스트레스를 주는 거죠.

북한이 이번에 점검한 내용을 보면 손익과 원가자료 관련 3개 분야에 17개 항목과 구체적인 회계자료 관련 8개 분야에 30개 항목입니다.

이 가운데 인건비, 물자반출입, 손익의 항목은 입주 기업들이 해마다 북측에 제출하는 회계보고서에 들어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물류비, 복리후생비, 영업비용, 금융비용, 제세금 등은 업체별 영업 비밀이 들어 있어 입주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항목들입니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자사 상표를 갖고 있는 업체와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업체, 그리고 통신과 전력을 공급하는 지원 업체 등 업체의 유형에 따라 점검 내용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포럼의 김규철 대표입니다.

김규철: 자사 상표 업체인 경우에는 추가로 상표 가치, 유통과정, 대리점 관계 등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적자를 내고 있는 업체와 평소에 밉게 보인 업체의 경우에는 북한이 더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입주기업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입주 기업들의 이런 주장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이번 실태 점검은 사실상 감사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박사입니다.

홍익표: 조세 포탈의 근거나 추정할 만한 타당한 근거도 없이 지금과 같이 일괄적으로 모든 기업체에게 다 내놓으라고 하면 사실상 좀 무리한 요구죠.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북한의 전면적인 실태 점검은 지난 2006년 이후 3년만입니다. 개성공단은 현재 114개 업체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