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개성공단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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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대북조치로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입주 기업들은 행여나 개성공단이 폐쇄될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목,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는 평소 보다 한산해 보였습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체류 인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방북 인원이 크게 줄어든 탓입니다.

이날 방북하려던 605명 중 204명이 방북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방북 인원 축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입주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입주 업체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관계자

: 저희 같은 경우 체류 직원이 줄어도 당장 큰 지장은 없어요. 그런데 직원이 현장에 나가 있지 않으면 제품의 품질이나 납기 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입니다.

물론 당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경우는 방북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지만,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합니다. 개성공단 의류업체 대표의 말입니다.

대표

: (CIQ를 통해) 아침 8시30분에 들어가서 오후 5시에 나오는데요. 그러면 관리자들은 출퇴근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기업에게 생산성은 생명과 같습니다. 남북이 대치 국면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이유로 개성공단의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개성공단이 본격적인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철수를 고려하겠다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회견한 개성공단 의류업체 대표입니다.

대표

: 제가 알기로 몇 개 업체는 더 죽기 전에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다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입주 업체 대표도 “공단폐쇄에 대비해 철수 계획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손해보전만 해준다면 미련 없이 개성공단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 같은 견해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를 바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깔린 것입니다. 실제로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북한이 입을 경제적 손실이 의외로 큽니다. 4만 2천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순수 월급만 따져도 연간 4천만 달러. 북한의 경제 규모로 볼 때 큰 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7일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의 평일 체류 인원을 천명에서 500명 선으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업체에 개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