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살려 달라"

다음달 2일 3차 남북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표들이 2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실태를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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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은 최근 수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통행과 신변안전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해 오던 회의를 공개로 할 만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사정은 절박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제가 가죽 장갑만 23년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처럼 속수무책이고 진짜 무기력하게 구렁텅이로 한없이 빠져가는 느낌이 든 적은 없습니다.”

개성공단에서 가죽 장갑을 생산하는 주식회사 범양글러브의 윤병덕 대표의 얘기입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 살리기 대책회의>에는 25명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평소 비공개로 열렸던 입주대표 회의는 이날 언론에 공개한 채 진행됐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대책회의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우선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데 대해 입주기업 대표들은 상당히 불안해 했습니다.

옥성석 대표: 정부의 회담 결과를 지켜보고만 있으려니까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다달아 매우 불안스럽스럽고 초조합니다.

유창근 대표: 바이어를 비롯한 가장 신뢰했던 사람들도 개성공단에서 사업 되겠냐구 합니다. 이젠 어떤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저희가 목을 매는 겁니다.

최근 생산 주문의 감소로 조업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A 대표: 근데 문제는 저희 회사의 경우 지난주부터 40%정도는 조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B 대표: 지금 약한 곳부터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공장은 7월 20일이면 주문이 없습니다. 있던 주문도 (바이어가) 회수를 해서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습니다.

C 대표: 저희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OEM방식으로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주문이 1/3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그마저도 바이어가 불안하기 때문에...

심지어 조만간 철수하겠다는 기업도 나왔습니다.

송진석 대표: 저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어떤 결론이 나서 철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강창범 대표: 하나 같이 미숙련공이고, 근로자의 연령도 높고, 건강 상태도 열악한 사람들을 받다 보니 생산성이 형편 없이 낮습니다.

김철용 대표: 50대, 60대 나이 먹은 사람이 지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처음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만 해도 20대의 숙련공이 들어왔었는데, 50대, 60대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스스로 철수하더라도 투자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강창범 대표: 많은 기업들이 자진 철수의 의향까지 밝히고 있는데,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진 철수시에는 기업이 그대로 부도납니다. 존망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긴급회의가 끝난 뒤 입주기업 대표들은 기자 회견을 열고 남북 당국 양측에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개성에서 7월 2일 열릴 남북 실무회담에서 남북한 당국이 입주기업들의 이번 요구사항을 얼마나 반영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