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제품 북 장마당서 불법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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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 북한 상품으로 둔갑해 장마당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고 한 북한 주민이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황해북도에 살고 있는 임 모 씨는 “개성 공단 덕분에 어느 정도 살만하다”고 자유 아시아 방송(RFA)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왜 그런지 임 씨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임 씨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개성 공단에서 흘러나온 물건으로 장사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임 씨는 “다니던 기업소에 돈을 질러주고 출근을 면제받는 이른바 팔삼질(8.3질)을 하고서 아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흘러나온 남한 물건 장사를 해서 먹고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단이 있는 개성시는 말할 것도 없고 개성과 가까운 황해북도나 황해남도 큰 대도시에는 장마당이나 상점에서 개성공단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유출된 물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물건인지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에 “제품 품질을 보면 굳이 묻지 않아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개성공단 물건에 북한의 상표를 붙여 팔지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알고서 거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임 씨는 개성 공단에 취직한 가족이 있는 집안은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사는데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개성 공단에서 노임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공장에서 물건을 빼내다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역거래를 위해 북한에 자주 왕래하는 조선족 박 모씨도 개성공단에서 나온 물건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박씨는 “개성공단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해서 모두 불법 유출된 것 은 아니라고 들었다” 면서 “그런 물건들 중 일부는 남한 회사에서 일꾼들에게 사기 진작을 위해서 선물로 지급한 것도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개성공단의 북측 간부들이 남측 회사들에게 편의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은밀히 받아낸 물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그러면서 개성은 물론, 개성과 가까운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일부 큰 도시에서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은 개성공단 물건을 접하게 된 이후 중국산 물건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개성관광을 다녀온 중국 사람들의 얘기도 비슷합니다. 지난 9월 북한에 단체관광을 다녀온 중국 국적의 조선족 정 모 씨는 “개성에 갔을 때 세련된 옷차림을 한 멋쟁이 여성들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구두가 너무 좋아서 일행들 사이에서 개성공단에서 흘러나온 것 아닌가 하는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중국 단동에서 북한과 의류 임가공 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 남한의 사업가 김 모 씨는 “북한에서 임가공 사업을 하게 되면 생산품 중 최소 10%이상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북측 관계자들이 완제품을 빼돌리는 관행은 아마도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