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정상화 Q/A] ‘한국 겁주기’ 뜻밖 성과

북한이 한•미 '키 리졸브' 훈련 기간에 남북 간 육로 통행을 전면 차단한 지 하루 만인 10일, 남측 인원과 차량의 북측 통행을 정상화했습니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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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하루 만에 통행을 재개한 이유는 뭐라고 분석할 수 있나요?

박성우:

네. 먼저 '북측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혼선이 있었고, 그래서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근식 교수의 말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김근식:

우선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군사적 긴장 상황을 이유로 해서, 북한이 자신들 식으로, 북한식 군사적 대응 조치를 했던 것이 어제 (9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침 전쟁을 하려는 한국과 미국의 전쟁 훈련에 대해서 자기네들도 군사 관리 구역 내에서는 군사적 통제를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군 통신선을 차단한 것이기 때문에, 본래 그들이 내걸었던 목적은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한 압박보다는 정치 군사적 긴장에 대한 자기네들식의 군사적 대응이었고, 그런 맥락에서 보면, 그 내용과 개성공단이라는 경제협력 사업의 유지와는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식을 북한이 좀 정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과연 하루 전에 애초에 예상이 됐던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선 북한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정확히 봐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은 정치 군사적 대응과 경제 협력 유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선에서 발표를 섣부르게 했다가, 그러한 여파로 사실상 개성공단의 통행이 차단되는 효과가 있음으로써, 북한으로서는 그렇다면 기왕 그런 김에 남측 정부에 대해서 남북관계 악화에 미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하루 만에 충분히 과시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자면, 북측은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서 북측 나름대로 정치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군 통신선을 차단했는데, 이게 경제 협력 사업인 개성공단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 하루속히 통행을 허용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김근식 교수가 '북한이 남측 정부에 하루 만에 충분히 과시한 것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건 무슨 뜻입니까?

박성우:

네. 북한이 정책 혼선으로 통행을 차단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결과 '한국 겁주기'라는 효과도 거뒀다는 해석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측이 마음만 먹으면 북측 영역에 있는 남측 국민을 억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하루 동안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이고요. 이건 남북 간 긴장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앞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겼다는 해석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남북 간에는 대화 창구가 닫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 국민이 북측에 억류된다면, 이건 비상상황이잖습니까? 그런데도 남측은 북측의 의중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화 창구가 닫혀 있어서 그렇지요. 그러니까 '남북 간 단절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이만큼 심각해 질 수 있으니, 하루빨리 이명박 정부가 북측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진행자:

북측도 나름대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말인데요. 그럼 하루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장기화할 수도 있었을 법한데요?

박성우:

네. 그럴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북측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김광인:

최근에 북한이 대남 압박을 가속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죠. 그래서 좀 무리수를 뒀는데. 문제는 이것을 원상 복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어요. 뭐냐면,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 날짜가 오늘 (10일) 입니다.

그 액수가 전체 4만 명 근로자의 임금을 다 합하면 약 3백만 불 정도 되거든요. 그 돈을 북한이 쉽게 포기할 수 없죠. 돈을 받아야 할 형편입니다. 적지않은 돈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그것이 긴급히 보고됐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 상황을 다시 돌이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네, 정리를 하자면, 10일은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는 날인데, 만약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과 차량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억류되는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중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측은 약 3백만 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는 거지요.

이게 단기적으로는 대략 3백만 불이지만 장기화할 경우엔 외화 수입원이 별로 없는 북측으로선 큰 손해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 북측의 통행 차단은 정책 혼선의 결과로 보이기 때문에, 북측은 조속히 통행 문제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조치를 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12월 현재 개성공단에는 3만 8천 266명의 북측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북측 노동자 1인당 임금은 평균 60달러이고, 사회 보장비를 포함하면 73달러입니다. 그러니까 북측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을 모두 합치면, 한 달에 279만 달러 가량이고 연간 3,352만 달러입니다.

진행자:

남측 인원이 개성공단에 사실상 '억류'됐다는 보도도 있었고. 지난 하루 동안 한국의 여론도 좋지 않았겠어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측 대남사업의 핵심이 바로 남측 민간인들의 여론을 북측에 호의적으로 만드는 건데요. 하지만, 9일에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남측 인원 80명이 말씀하신 데로 개성공단에서 사실상 "억류"됐다는 보도가 한국에서 나왔죠. 이렇게 되니까 한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면서 개성공단뿐만이 아니라 평양을 방문하려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방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측의 조치로 말미암아서 남북 간 경색이 심화하고 있고, 또 북측의 조치로 말미암아서 남북 간 민간교류와 경제협력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는 이해가 남측에서 형성되니까, 이런 이해가 더 심화하는 걸 북측으로선 막을 필요가 있었던 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김용현:

북한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장기화하면서, 이것이 '인질 사태'나 개성공단의 '무력화' 이런 식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나 한국에서 개성공단 무용론이나, 개성공단과 관련된 부정적 인식, 또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인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봐야 하겠고요.

진행자:

네,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측이 남측 인원의 통행을 허용하는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박성우:

네, 먼저 출•입경 예정 인원과 차량을 남측이 48시간 전에 북측에 보냅니다. 북측은 이들의 출•입경을 안전하게 군사적으로 보장한다는 내용을 일반적으로 24시간 전에 남측으로 군 통신망을 이용해서 보내게 돼 있습니다. 지난 9일 북측이 바로 이 군사 보장 공문을 남측에 보내지 않았던 거지요. 그래서 남측 인원 80명이 개성공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북측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