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노재완 기자, 안녕하세요?
노재완: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개성공단에서 열릴 남북한 당국 접촉을 대비해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b>개성공단기업협의회측은 한국 정부가 지속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번 접촉이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만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 등 관계자들은 일단 신중하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b> <br/>
노재완:
네, 북측이 지난 16일 보낸 통지문을 보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그리고 '중대 문제를 통지할 것'이라는 단서만 줬을 뿐 의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여러 가지의 경우를 상정하고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일단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지난 18일 문답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대화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의 이런 부정적인 견해는 북측의 이번 대화 제의가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인 PSI 참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이번 남북 접촉에서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문제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노재완:
네, 말씀하신 대로 북측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를 북한으로 직접 부른 배경은 유 씨의 '위법 행위'를 남측에 통보한다는 의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북측이 통지하겠다고 밝힌 개성공단과 관련한 ‘중대 문제’는 유 씨 사안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한국의 통일부도 유 씨 문제를 접촉의 핵심 의제로 삼았습니다. 개성공단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보면 혐의가 낮으면 남측 당국자를 부르지 않고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에 추방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북측이 이번에 남측 당국자를 불렀다는 사실은 중대한 혐의이고, 이 혐의가 한국 정부와 관련됐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를 문제 삼아 북측이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일부에선 통보 주체가 유 씨의 조사 부서인 출입국사업부가 아닌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라는 점에서 유 씨 문제를 북측이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측의 이번 접촉 제안으로 한국은 19일로 예정했던 PSI 전면 참여 발표를 다시 연기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요?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뒤, 한국 정부는 PSI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만 거듭 밝혔을 뿐, 공식 발표는 계속 미뤄왔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북측이 남측에 회담을 전격 제안한 시기는 16일입니다. 한국 정부가 15일로 예정했던 PSI 전면 참여 발표 일정을 미룬 바로 다음날입니다. 북한은 또 회담 날짜를 21일로 정해 5일간의 여유를 뒀습니다. 그 사이 북한군 총참모부는 18일 PSI 전면 참여를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한 마디로 PSI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던 한국 정부의 흐름을 끊은 셈인데요. 당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1년 2개월 만에 북한이 ‘접촉을 하겠다. 중대한 얘기를 하겠다’고 하니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PSI 연기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PSI 참여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PSI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므로 남북 관계와는 별개”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PSI를 남북문제로 만들려는 북측에 자꾸만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PSI를 고리로 삼아 남북 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이번 남북 접촉에 대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깊은 관심을 나타낼 텐데요. 입주 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노재완: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을 하루 앞둔 20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인 대부분은 정부의 PSI 가입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당국자 간 접촉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의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측은 한국 정부가 지속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번 접촉이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만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 등 관계자들은 일단 신중하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 통화에서 “개성공단이 중대한 갈림길에 처해 있다”면서 “북측이 신규인력공급이 어렵다고 선언한 뒤, 공단 축소라든지 남측의 합의사항 이행 촉구 등 중대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노재완 기자, 수고했습니다.
노재완: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