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북측의 의도부터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전문가들은 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까?
박성우:
네, 먼저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북측이 차기 회담에서 가장 먼저 논의하자고 제시한 게 바로 토지 임대료 문제입니다. 이날 북측은 이미 낸 건 별도로 하고, 임대료 5억 달러를 다시 내라고 요구했지요.
토지 임대료 문제는 남측의 토지공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준 국가 기관인 토지공사가 담당하는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임금 문제는 다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일 큰 사안을 먼저 논의하자고 해 놓고서 남측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지켜보겠다는 게 북측의 의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말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양무진: 우리 준 당국인 토지공사에서 이건 받기 힘들고, 이런 측면에서 개성공단의 축소, 중단, 폐쇄로 간다면, 결국은 남한 당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네, 앞에서 보도를 통해 말씀 드렸지만, 북측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재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들이 전면 부정당하는 조건에서 특혜적인 조치들의 존속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건 남측의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 공동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측도 하는 수 없이 개성공단에서 시행해 온 특혜 조치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재검토를 해 보니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현재 보다 임금을 4배는 더 받을 수 있더라, 그리고 땅값은 31배는 더 받아야 한다는 계산을 갖고 나온 거지요.
다시 말하자면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서 남측이 대북정책을 전환하거나 아니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는 식의 전략을 들고 나온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19일 회담을 다시 한다고 해도, 진척이 있기는 힘들겠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남북 간 변수뿐만이 아니고 외부 요인도 고려할 게 있습니다. 바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입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김용현:
일단 19일 협상을 하자고 이야기 한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내세운 3백 달러, 5억불은 사실상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협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당장 거두기는 좀 어려운 것 아니냐,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곧 채택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강경 행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대남 부분에서 유연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북한이 협상은 하더라도 북한이 입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 들으신 대로 좀 부정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북측의 요구는 북한 나름의 최대치를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놓고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예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회담을 하기는 했지만, 더 큰 숙제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기자, 오늘 북측이 요구한 사항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봤으면 합니다.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노임을 상당히 많이 올려달라고 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임금을 현재의 약 4배 수준인 월 30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가 준공된 게 2004년 6월인데요, 당시 최저임금은 월 50달러였습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임금 인상이 있었고, 현재 최저 임금은 55달러가량입니다. 여기에 사회 보험료를 덧붙여서 현재 북한 근로자들은 월 평균 75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북측이 요구한 액수는 월 300달러입니다. 중국에 있는 대규모 공단에서도 임금 수준은 월 평균 200달러가량입니다. 중국의 수준과 비교해도 많은 거지요. 게다가 이번에 북측은 임금 인상률도 연 10~20%를 요구했습니다. 개성공단을 시작할 당시 남북이 합의한 임금 인상 상한선은 연간 5%였습니다.
진행자:
토지 임대료는 남측이 이미 냈는데, 또 내라고 했다는 거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미 토지 임대료는 선납한 상태입니다만, 북측은 개성공단 1단계로 100만평의 토지 임대료를 5억 달러로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이건 31배가량 인상을 요구한 겁니다. 한국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 측은 2004년 4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맺은 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 임대차 계약에 따라 임대료 1천600만 달러를 이미 완납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토지 임대료도 문제지만, 입주기업들은 북측의 임금 인상 요구 때문에 고민이 많겠어요?
박성우:
네, 앞으로 인상폭을 놓고 협상이 가능하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북측이 이날 제시한 요구 사항을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버티기 힘들 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보다 더 많은 임금을 달라고 한다면, 현재 남측의 입주기업들이 수용하기에는 벅차지 않겠느냐는 거지요.
지난 1~4월 입주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715만 달러인데, 이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1% 감소한 겁니다. 또 총 생산액도 7천454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6.6% 줄었습니다. 입주업체들의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거고요. 이미 지난 8일에는 처음으로 개성공단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한 업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