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다시 철수 움직임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개성공단의 사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발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철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생산성 악화가 원인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동아일보는 15일 개성공단에 공장용지를 분양받아 입주한 기업 가운데 전면 철수를 결정한 기업이 처음으로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발을 생산하는 업체가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의류업체 스킨넷 이후 또 다시 철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땅을 분양받고 공장을 세운 기업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의 말입니다.

천해성: 기사내용과 유사한 신발 생산업체, 3개사에 대해서 확인한 결과 당사자 모두 보도내용과 같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철수 기업에 대해서 밝히기를 꺼려하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최근 개성공단의 입주기업들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입주기업 대표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몇몇 대표들은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A 입주대표: 저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어떤 결론이 나서 철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 관계자는 “철수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북측을 자극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물어오면 의식적으로 부인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개성공단 관계자도 “일부 기업에서 철수를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 “신발 업체 위주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개성공단에 진출한 후발 신발 업체들은 인력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남북포럼의 김규철 대표입니다.

김규철: 신발 사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가 많이 듭니다. 사업 특성상 노동 생산성과 제조원가를 맞추려면 근로자들이 24시간 3부 교대로 근무해야 중국이나 베트남 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한 경색 국면으로 인력난이라든지 양질의 인력을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주 기업들이 사업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또 일부 기업들은 요즘 일감이 줄어 할당 받은 북측 근로자들을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 적자의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근로자들을 반납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의 말입니다.

B 입주대표: (근로자를) 반납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기업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납이 안 되는 경우에는 철수까지 불사하는 그런 상황이 오는 거죠.

그러나 북한은 최근 근로자 약 7백 명을 개성공단에 새로이 배정했습니다. 기업들이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근로자까지 반납하는 마당에 때늦은 조치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