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개성공단 싸고 첨예한 대립

0:00 / 0:00

MC:

남측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체류 인원을 절반 가까이 축소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북한 당국이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를 이유로 개성공단의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입주 업체들은 그야 말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최근 주문량이 크게 줄어 생산 활동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한국이 대북 제재조치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고 발표하자 북한도 결국 ‘개성공단 통행차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냈습니다. 27일 북한군 총참모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에서 밝힌 것입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이 ‘개성공단 차단’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성공단 출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입니다.


이종주: 북한은 오늘 오전 8시 10분경에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서, 오늘 개성공업지구로 출입하는 인원에 대한 출입동의서를 보내왔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오전 8시 30분부터 경의선 지역의 출·입경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실 개성공단의 통행차단은 남북 당국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경제적 손실 못지 않게 정치적으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4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게 되면 당장 이들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으로서도 딱히 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경우 입주 업체들이 소중한 재산을 잃게 되고, 그 화살이 곧 바로 정부로 향할 것입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갑작스런 공단 폐쇄 시 안전하게 철수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입주 업체들은 개성공단의 차단을 우려해 한국 정부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개성공단 한 입주기업 대표의 말입니다.

대표: 우리 입장에선 대북 심리전을 연기하거나 상황 봐가면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정부가 오전에 원칙대로 간다고 발표했잖아요. 우리가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방금 입주 업체 대표의 말대로 한국 정부는 28일 오전 회견을 통해 대북 심리전을 계속 진행할 뜻임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이종주: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대로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위협에 흔들림 없이 지난 24일 밝힌 정부의 조치를 단호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남측 근로자들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이종주: 대북 심리전이 재개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의 위해를 가해도 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현재로선 심리전 방송 재개에 대한 남측의 의지가 단호하고 북측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통행차단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방송은 이르면 6월 초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가 개성공단 앞날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