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하루 전 '개성 접촉'에서 북측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토지 사용료 유예기간의 단축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제안한 데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입니다.
현인택: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북한의 재계약 요구에 대해 대응 방향은 현대아산을 비롯한 공단 입주기업과 의견 수렴 및 협의를 통해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북측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재검토를 요구했는지를 놓고도 여러 모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측의 의도가 개성공단에서 좀 더 많은 달러를 벌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과거 대북 경수로 사업을 할 때도 북측은 터무니없는 액수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는 사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재가로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했다는 내부적 이유 때문에 스스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며 돈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박사입니다.
홍익표: 개성공단을 통해서 들어오는 돈 때문에 문을 못 닫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측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들은 ‘남측이 원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지난 12월 김영철 국방위원회 국장이 12월 1일 조치를 발표할 때도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북측이 달러를 더 벌려고 개성공단과 관련한 재계약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리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남측 ‘길들이기’라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공통된 해석을 내놨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체결한 6.15와 10•4 선언을 한국 정부가 재검토한다는 모양새를 갖췄던 만큼, 북한도 6.15 선언에 기초해 시작한 개성공단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맞대응 전략으로 보인다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6•15 정신에 의해서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했는데, 남측이 6.15 정신과 6.15 선언을 부정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특혜도 부정하는 일과 똑같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특혜가 없는 상황에서 다시 재정리하자는 측면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한국이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라는 북측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거나 북측이 협상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무계약’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폐쇄되는 셈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이 이처럼 남한 정부를 길들이려는 차원에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라면서 “강경일변도가 능사가 아니어서 유연하고 탄력 있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