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개성 접촉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개성 접촉을 위한 남북 당국간의 협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북한이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잇따라 북한의 인권을 문제 삼았다면서 남북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대남 총괄기구인 조평통은 지난 9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조건에서 북남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규철: 이번 조평통의 성명으로 (한국 정부가) 사실상 개성공단의 운영과 현안을 제외한 의제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br/>
특히 조평통이 문제를 삼은 내용은 제성호 인권대사의 ‘탈북자 정착촌 건설’ 발언과 ‘미국 방문 때 탈북자와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한 허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의 발언입니다.
조평통의 이번 담화는 북한 외무성이 지난 8일 “미국 오마바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최근 대화 무용론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개성 접촉의 경우, 북한이 먼저 제안한 만큼 조평통이 언급한 남북대화와는 별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북측이 지난달 1차 개성 접촉 때처럼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끝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평통이 북한 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만큼 앞으로 있을 개성 남북 접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에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을 북한 당국이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남북포럼의 김규철 대표입니다.
김규철: 이번 조평통의 성명으로 (한국 정부가) 사실상 개성공단 운명 및 현안을 제외한 의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2차 개성접촉을 남북간 현안을 다루는 '회담' 형식으로 진행하려는 한국 정부의 구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남북이 유 씨 문제를 포함한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남북 접촉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입니다.
유호열: 남측이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대해서 북측에서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유 씨 문제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될 때에는 대화가 진전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 개성접촉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의 통일부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현재 남북 간의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며 전반적인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