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성 실무회담도 실패 ‘지구전 돌입'

북한이 19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 간 2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통행 제한을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북 양측은 현대아산 근로자 유 모씨의 억류에 관한 문제를 포함한 핵심 쟁점을 놓고는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제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지구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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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탁: 대화를 하는 분위기,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 분위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날 열린 회담은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남측 회담 대표인 통일부의 김영탁 상근회담대표는 말합니다.

실제로 북측은 입주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취해온 육로 통행과 체류 제한 같은 조치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장 풀겠다는 건 아닙니다. 김영탁 대표입니다.

김영탁: (북측이) 기조 발언에서 이야기했는데, 기본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했고, 이걸 앞으로 토의하는 거죠. 협의를 하는 거죠.

지난 1차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일방적 요구를 접했던 남측도 이번엔 구체적인 제안을 갖고 나와 맞불을 놨습니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 발전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 겁니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합의와 계약은 지켜져야 하고, 개성공단을 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개성공단을 국제적 경쟁력 갖추도록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남측은 북측에 7월 중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공단을 남북이 합동으로 시찰하자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이 같은 제안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고 김영탁 대표는 밝혔습니다. 북측은 또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남측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지난 1차 실무회담에서 제시한 토지 임대료 5억 달러 인상안을 먼저 토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를 놓고 전문가들은 “일부 유화적인 제안을 내놓은 북측이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숩니다.

김용현: 실질적인 부분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이 ‘일정 정도 양보했으니 한국이 그에 대한 화답을 해야 한다’는 차원의 접근, 그러면서 앞으로 개성공단과 관련해 ‘유지’의 관점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렇게 보면 되겠습니다.

남측에 대한 북측의 압박이 ‘시간 끌기’ 작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쥐면서, 한편으로는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측이 먼저 지쳐서 개성공단에서 철수를 이끌어내려는 지구전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저는 분석합니다.

남북 양측은 다음 달 2일 개성공단에서 차기 회담을 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