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동서센터 산하 '아시아 국제정의 이니셔티브'의 미셸 켈살 부소장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 (RFA)과 한 단독회견에서 살인과 고문을 비롯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북한의 당국자들을 앞으로 국제 재판에 회부할 때, 현재 캄보디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크메르 루주 국제 전범재판의 모든 과정이 좋은 선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메르 루주 국제 전범재판에서 다루는 제반 문제들, 즉 캄보디아 국내법을 사용할 경우 불소급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지, 크메르 루주 정권이 집권했던 1970년대에 존재한 국제법을 어떻게 해석할지, 캄보디아 국적의 재판관과 유엔에서 임명된 재판관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등은 향후 북한판 국제 전범재판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켈살 부소장의 말입니다.
미셸 켈살: That could be of benefit to any future trials held in relation to atrocities committed in North Korea. Certainly, in Bangladesh, they are considering using this... (더빙) 이 같은 제반 문제들은 앞으로 북한에서 벌어진 잔악한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열릴 재판에 혜택을 줄 겁니다. 현재 방글라데시도 1971년 독립전쟁 당시의 전쟁 범죄자에 대한 재판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캄보디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선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지난 2004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재판 감시, 법률 교육, 교육 사업을 펼치는 켈살 부소장은 특히 캄보디아에서 자신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기 때문에, 지시를 내린 상급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사실을 주목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켈살 부소장은 우려했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도 1971년 독립전쟁 당시의 전쟁 범죄자에 대한 재판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캄보디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선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br/>
실제로 크메르 루주 정권 때 악명 높았던 '투올 슬랭' 수용소의 소장을 지낸 일명 '두치'는 지난달 29일 재판에서 고문과 대량 학살의 책임은 고위 지도자들에게 있다면서, 자신은 상관들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켈살 부소장은 기소된 사람이 '상급자 지시 (superior order)'만을 내세워,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상급자의 지시 외에도, 상급자의 지시를 강행하지 않았을 경우 목숨이 위태로웠거나, 인권 유린에 아주 제한적으로만 관여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기소된 사람의 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켈살 부소장은 향후 북한판 국제 전범재판의 설립에 미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리라고 예상했습니다. 켈살 부소장은 과거 미국 정부가 크메르 루주에 대한 국제 전범재판을 설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국제적인 공정 재판의 기준을 준수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경우 국제사회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를 알아야 미국의 관여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켈살 부소장은 최근 들어 남한과 미국의 비정부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 유린과 관련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단체들이 앞으로 로마조약 (Rome Statute)이나 관련 국제법을 연구해, 각 자료가 적절한 법률 용어를 사용하고, 각 자료를 재판 과정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증거물로 제시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크메르 루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은 지난 2003년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의 합의로 시작해, 첫 재판이 지난 3월에 열렸습니다. 현재 일명 ‘두치’로 알려진 카잉 구엑 에아브 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크메르 루주 정권의 2인자였던 누온 체아 씨와 주석직을 맡았던 키우 삼판 씨, 외무장관을 지낸 렝 사리 씨와 부인인 렝 트리드 전 사회부 장관 등에 대한 재판도 곧 있을 예정입니다. 크메르 루주를 이끌었던 폴 포트 씨는 90년대 말에 붙잡혀 가택 연금에 처했다가 일 년도 안 돼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