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 건강 Q/A]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김 위원장이 3남 정운 씨를 후계자로 삼았다는 점을 건강 악화의 주요한 징조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의 췌장암 발병설을 비롯해 건강이 악화한 여러 징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나온 건강 이상설은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허형석:

우선 지난주에 나온 보도로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보도는 지난주에도 간략하게 소개된 바 있었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면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발행되는 워싱턴 타임스(WT)는 9일자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로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은 이와 함께 “작년 뇌졸중을 앓은 김 위원장의 몸 상태가 계속해서 좋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의 건강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서양 의학에 의존한 치료를 최근 포기하고 한약 처방과 비전통적 요법 등 동의학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워싱턴 타임스가 김 위원장과 관련해 보도한 내용이 또 있나요?

허형석:

이 신문은 “최근 심각하게 건강이 악화한 김 위원장이 권력을 이양하는 작업을 1년 내에 끝내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북한 지도부 내에서 오극렬 대장과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두 파벌이 권력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두 사람의 직책이 모두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이들 간의 권력 다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도 워싱턴 타임스는 말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워싱턴 타임스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들고 나온 배경이 있습니까?

허형석:

이 신문이 직접적인 배경을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고 김일성 주석 제15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여기서 그의 현재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많았습니다. 조선중앙TV가 녹화한 화면을 보면 김 위원장은 정수리 부분의 머리숱이 많이 빠졌고 무표정한 얼굴에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 입 모양이 약간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더구나 대회장에 입장할 때는 다소 절룩거리는 등 지난 4월의 김 주석 생일에 있었던 행사에서보다 더 수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이 건강 이상과 관련한 워싱턴 타임스의 보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앵커:

이밖에 어떤 건강이상설이 또 있습니까?

허형석:

남한의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인 YTN은 13일 김 위원장이 기존에 알려진 뇌졸중 외에도 췌장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국과 중국 정보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전했습니다. 이 방송은 이에 덧붙여 “췌장암이 주로 말기에 발견되는 데다 김 위원장이 노령인 점을 감안하면 생존 가능성은 최대 5년을 넘지 못 한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당국자는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췌장암 발병설은 현재로서는 아직 힘을 받지 못한, 소문 단계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언론 보도 외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나요?

허형석:

남한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의 말이 있었습니다. 남 소장은 13일 부산시 교육연구정보원에서 ‘최근 남북관계 현황과 통일교육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발병한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특히 노여움이 많아 지고 화를 잘 내며 보고에 참을성이 적어진다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소장은 이밖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외국 의사들이 조심스럽게 김 위원장의 환각증세설을 제기한다고 말했으나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이런 현상에 대해 남한의 의료계는 어떤 진단을 내놓고 있나요?

허형석:

남한의 의료계는 이젠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견해는 환자를 진찰한 뒤 내놓은 것이 아닐지라도 경청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이들은 대체로 “왼쪽 입술이 밑으로 처진 이유는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 증상일 수 있지만 화면만으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병을 치료하기 위해 과도하게 체중을 빼는 과정에서 탈모 증상이 왔을 수 있지만 탈모는 정신적 압박과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김 위원장이 정신적 압박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모 현상이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 대사성 질환의 후유증일 수도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한국과 미국 등 북한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허형석:

아무래도 권력이 분산되지 않은, 일인통치 체제인 북한에서 지도자의 유고는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일인통치 하에서는 똑같은 이야기가 적용됩니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내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때 이것이 주변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북한 문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등 북한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관계국 당국자들은 정확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며 그의 건강을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허형석 기자와 함께 최근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