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납치 재조사 이행 요구에 무반응”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일본과 한 납치 재조사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자 김 위원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가와무라 다케오 일본 관방장관이 6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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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의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에게 전화로 보고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와무라 관방장관이 기자 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한 회담에서 개인자격으로 김 위원장에게 "납치 문제의 진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납치 재조사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가와무라 관방장관이 밝혔습니다.

가와무라 관방장관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미국인 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한 인도적 목적에 국한됐다"고 말하면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않았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도 휴대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와무라 관방장관은 이어 "미국은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납치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와무라 관방장관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북 협의가 진전될 것에 대비해 미국 정부 고위관리에게 "사전, 사후에 긴밀한 연락을 취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한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의 마츠모토 데루아키 사무국장은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일본이 할 일을 미국이 대신 해 준 셈"이라며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가족 모임의 이츠카 시게오 회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방북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 실현될 지는 의문이며, 그의 방북이 납치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작년 8월 중국에서 열린 양국 실무 협의에서 납치 재조사 문제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북일 간 교섭은 현재 완전 중단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