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 체제의 조기 구축에 주력(注力)을 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후계 체제의 구축이 가속화한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의 원세훈 원장은 국회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 문제로 후계 세습의 조속한 구축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권력 세습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김 위원장의 권력 세습과 관련해서 보고를 했습니다. 원 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시겠습니까?
기자: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이 현재 건강 문제 때문에 후계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세째 아들은 김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할 때 수시로 동행하며 정책 관여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 원장은 "북한 당국이 '우리의 청년대장 동지'라는 찬양 시/노래를 보급하고 암송 경연대회까지 진행하는 점으로 미루어 주민을 상대로 세째 아들까지 우상화하는 작업을 벌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세훈 원장 보고에서 핵심은 1)김 위원장이 후계 체제의 조기 구축에 주력한다 2)세째 아들이 수시로 동행하고 3)정책 관여의 폭을 넓혀간다 등입니다.
앵커: 북한이 이처럼 조기에 세습 체제를 구축하려고 서두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입니까?
기자: 원 원장의 보고처럼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현재 60대 후반이어서 일반인의 기준으로 봐도 고령인 데다 뇌졸중과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언제 비상 상황을 맞을지 모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뇌졸중을 앓고 난 뒤에 후계 세습을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좋지 않는 건강 상태를 염두에 두고 최근 세습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려고 서두른다고 관측됩니다. 김 위원장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권력 세습과 관련해 세째 아들의 후견인으로 세운 이유는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 생활을 오래 해 권력 누수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아니면 후계 구도의 조기 구축을 절대로 서두르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 위원장은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다리를 절고 있고 최근에는 음주와 흡연을 재개해서 언제라도 건강이 바로 악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뇌중풍을 앓은 데다가 신부전증과 당뇨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신장 투석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5월 3일 중국을 방문할 당시 김 위원장이 신병 때문에 왼쪽 다리를 끌며 절룩거리면서 걷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 등의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그대로 국제 사회에 전달됐습니다. 여기에다가 김 위원장은 치매 증상까지 보여서 현지 지도에 나가면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자주 한다고 원 원장은 국회 정보위에다 보고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건강이 나쁘기 때문에 세째 아들한테 권력을 넘기는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몇몇 비근한 사례가 있나요?
기자: 조선중앙TV가 26일 노동당 대표자회 소집을 보도했습니다. 9월 열리는 이 회의는 고위 간부의 인사를 위해 열리는 만큼 세째 아들을 요직에 임명해서 후계 체제를 구축하는 수순으로 풀이됩니다. 남한의 조선일보와 열린북한방송이 지난 주 보도한 바를 보면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공장에는 세째 아들을 찬양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씨의 초상화가 이미 1000만 장 가까이나 인쇄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세째 아들이 아버지 대신 수령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이처럼 후계 구도의 구축을 위해서 온갖 힘을 쓴다해도, 김정은 씨가 권력을 승계하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김정은 씨가 나이가 어리고 통치 경험이 거의 없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김 위원장도 그 점을 감안해 급작스럽게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고 장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 체제를 만들어 유고 사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남편 장성택 부위원장에게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도록 위임을 했다고 관측됩니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에는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씨를 명목상의 지도자로만 내세운 가운데 섭정(攝政)하는 시나리오와 군부와 협력해 과도 체제를 운영하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는 김정은 씨가 정권을 장악해 북한을 통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앵커: 권력의 속성으로 볼 때 장성택 씨의 섭정 체제가 오래 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장성택 부위원장과 김정은 씨 간의 알력이나 불화도 생각해 볼 수 있나요?
기자: 권력은 속성상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섭정 기간을 거치면서 권력은 김정은 씨나 고모부 장 부위원장 중에서 한 쪽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 군주가 확실한 왕조 국가 조선에서도 형제 사이나 숙부와 조카 사이에서 권력 투쟁이 있었습니다. 북조선이 왕조 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인민이 이것에 완전히 동의한 상황은 아닙니다. 따라서 권력의 공백이 나타날 때 권력 투쟁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고모부 장성택 씨와 조카 김정은 씨가 권력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장성택 씨는 조카를 제거하고 군부의 협조를 얻어 실력자로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장 씨는 인민의 여망에 힘입어 개혁/개방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장 부위원장이 정권을 잡는다면 북조선 인민의 바람대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간다고 전망합니다. 그렇지만 장 부위원장이 그렇게 하기에는 김 위원장의 독재 통치를 위해 너무나도 헌신했기 때문에 그처럼 방향 전환을 하기가 힘듭니다. 장 부위원장은 북한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을 위해 독재 정치에 협력한 최측근으로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외국 전문가는 김정은 씨가 권력을 순조롭게 승계해 북한을 통치한다고 전망을 합니까?
기자: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24일 김 위원장의 사후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전망은 군이 김정은 씨를 제치고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한국 국민대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진다고 예측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조기 구축에 들어간 북한의 후계 체제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