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클린턴에 아리랑 관람 제안"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리랑 공연의 관람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번이나 제안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연 관람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아리랑' 공연을 같이 볼 것을 제안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 관계자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한 만찬에서 "아리랑 공연 입장권이 있으니 함께 보자"고 제안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 때마다 "음식이 매우 훌륭하다"며 화제를 돌렸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한 번이 아닌 세 번에 걸쳐 이런 제안을 했지만 그때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음식이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이를 거부했다고 이 외교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 1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사저에서 방북에 관한 사전 조율과 점검을 했으며 미국의 국무부 측은 김 위원장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자는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한 번이 아닌 세 번의 제안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리랑 관람을 거절한 이유는 여기자를 데려온다는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치적인 외교 행위와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아리랑' 공연을 같이 봤을 때 북한은 이를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Larry Niksch: I think he probably made a right decision on that...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10월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같이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를 새겨두고 있었을 겁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큰 선전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또 닉시 박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을 북한 주민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중국에 과시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강행하지 말도록 촉구하는 목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아리랑 공연의 전신인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관람했습니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무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없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이후 미국과 북한 간의 양자 대화와 관계 개선을 전망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차원의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백악관이 주도했고, 국무부도 이에 협조했다고 말해 완전한 민간 차원의 방북이라는 설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방북 보고가 언제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로라 링이 언젠가 발표할 것이라는 말을 언니인 리사 링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