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자 우상화의 허구 Q/A

유엔에 주재한 북한대표부가 내놓은 보도 자료가 김일성 주석의 미화로 시종일관해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김부자 우상화의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김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3월 29일자로 나온 이 자료는 김 주석을 보통의 인간이 아닌 신처럼 칭송하는 바람에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부자의 우상화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내놓은 보도 자료의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7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의 기자실에 세 쪽의 보도 자료가 나왔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 인민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the Day of the Sun)로서 기념하고 있다. 김 주석은 사회주의 코리아의 창시자로 최고 수준의 빛과 열, 매력을 소유하고 있어서 태양에 비유된다." 자료는 제목이 '영원한 태양(Eternal Sun)'이고 김 주석의 미화로 일관했습니다. 조금 더 읽어 보면 우상화는 도를 넘습니다. "그의 탄생은 인류 역사에서 자주 시대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주체사상은 억압을 받는 세계 인민에게 자신들이 운명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했다." 또 "태양이 불멸하는 것처럼 김일성 주석도 인류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신이 아니면 이 경지에 이르는 인간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앵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통 보도 자료라고 하면 어떤 개인이나 정부를 비롯한 단체가 현안에 관해 언론에 발표할 내용을 담습니다. 그런데 15년 전 사망한 특정 개인을 신의 경지에 올라간 사람처럼 찬양한 이런 내용이 언론에 낼 보도 자료가 될 수 있나요?

기자: 물론 보도 자료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표현을 볼 때 그 보도 자료가 보통 사람의 견지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일인독재 국가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표현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물론 북조선에서는 이 같은 우상화가 일상화했고 또 이런 표현이 하루이틀 나온 것도 아니어서 북조선의 일반인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 볼 때 이런 우상화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같은 표현은 봉건 왕조보다 정치적으로 더 낙후한 수령절대주의 국가인 북조선에서나 나올 수 있습니다.

앵커: 북조선에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언급할 때 거창한 수식어가 붙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지도자에 요란한 표현을 붙입니까?

기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지도자는 언론이나 국민의 비판을 받고 인민을 위한 정책을 펴려고 합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보면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국민의 비판에 쩔쩔매는 장면이 자주 만평에서 나옵니다. 심하게 보면 언론이 이들을 조롱한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는 견제와 균형의 조화에서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전제가 밑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위대한 영도자, 수령, 인민의 어버이, 21세기의 태양, 혁명의 태양, 향도의 태양, 주체의 태양, 민족의 태양을 비롯해 신묘한 전술전략가, 불세출의 영웅, 무궁무진한 창조력을 발휘하시는 힘의 화신이나 하늘이 낸 영웅, 만민의 하늘, 백승의 작전가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거창한 수식어에 맞는 인간은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인민은 지도자도 같은 인간의 하나이며 다만 정치를 하는 데 대표권을 인민에게서 받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앵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김 주석과 관련한 이런 표현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조선을 비롯한 외부 세계가 보는 김 주석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기자: 민족과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친 인물입니다. 조선전쟁이라고 하는 6.25전쟁을 일으켜서 조선반도의 인민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김 주석은 이 전쟁이 한국과 미국의 도발로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소련의 비밀문서가 해제되면서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적을 죽이고 그 결과 수령독재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이 독재 체제를 확고하게 하려고 외부 정보가 조금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한 병영국가를 만드는 바람에 이젠 살 길이라 생각하는 개혁/개방도 할 수 없습니다. 현재 경제난은 이런 정책의 결과입니다. 여기에다가 사회주의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는 권력 세습을 실행한 인물입니다.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 같은 권력 세습은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북조선의 엄청난 퇴행을 가져온 요인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김 주석을 우상화하기 위해 은폐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입니까?

기자: 태국에서 발행되는 '더 네이션(The Nation)'이라는 영자 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12월 6일자 로동신문은 이 신문 보도를 인용해 "김 주석이 탁월하고 위대하신 분이시었다"라고 칭송 일변도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더 네이션은 11월 23일 마침 태국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한 회견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로동신문은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주석과 관련해 말한 내용보다 더욱 과장된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과장은 일상화한 우상화 작업의 연장선상이어서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를 은폐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이 50년 간 독재자였다"라고 말을 했는데 로동신문은 이를 아예 묵살해 버렸습니다. 로동신문의 보도는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한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앵커: "김 주석이 50년 동안 독재자였다"라는 카터 전 대통령 말이 북조선 인민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로동신문은 의식적으로 이를 묵살했다고 할 수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김부자는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의 인간으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주석이 과거 50년 동안 독재자였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북조선의 인민에게 전할 수 없었습니다. 북조선에 인터넷이 보편화했다면 일반 인민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발언을 더 네이션에 접속해서 그대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김 주석의 앞에 일상적으로 붙는 수식어인 '위대한 수령'에 '독재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지도부가 김부자를 이렇게 우상화(偶像化)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달리 지도자는 일반인과 다른 차원의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데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도자는 끊임 없이 언론과 국민의 비판을 받아 정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일당독재나 일인독재를 실행하는 수령절대주의 나라에서는 이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면 우상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상화 작업은 정권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우민화(愚民化) 작업의 일환으로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김부자 우상화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