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건강 이상 징후 Q/A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다시 화제에 오릅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경에 앓았던 뇌졸중/뇌중풍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고생하는 가운데 그의 건강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이 중에는 김 위원장의 수명이 최장 3년이라는 이야기까지도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관한 가장 최신 뉴스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9일 한국의 조선일보가 대북 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호위사령부 1호위부 산하의 특수진료과는 김 위원장의 수명이 자연적으로는 가장 길어야 3년 정도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신체 건강의 이상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의 이상도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나도 이전과는 좀 달라"라며 눈물을 자주 흘릴 만큼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각종 예술 공연을 자주 찾는 이유는 우울증을 치료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데 있다고 북한의 고위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정신 건강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5일 RFA는 김 위원장이 멀쩡한 극장의 재건축을 지시해서 판단력에 이상을 보였다고도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보수 공사를 해 상태가 양호한 국립연극극장을 재건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안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경희극인 '산울림'을 4월 27일과 5월 9일 잇따라 관람한 상황도 이상하며 보수한 지 7년밖에 안 되는 건물을 헐고 새로 지으라는 지시는 비상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를 뇌졸중 후유증으로 봅니다.

앵커: 한국의 원세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관해 국회 정보위에다 보고한 내용이 아무래도 비중이 있다고 보입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원 원장은 6월 24일 김 위원장이 뇌졸중의 후유증 때문에 기억력이 감퇴하고 비논리적 언행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왼쪽 다리를 절고 왼쪽 팔도 활동하기에 부자연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김 위원장은 어느 시찰 현장에서 "경제가 나쁘다고 하는데 외자가 들어오니 곧 좋아진다. 외자 유치를 100억 달러 하겠다"라고 비논리적 언행을 보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정보위에 소속한 국회의원들에게 이날 왼쪽 손이 상당히 부어 있는 모습을 확대한 사진도 보여 주었습니다. 외국의 재활 치료사가 이 때문에 평양으로 온다고 전해졌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할 때 일본 텔레비전 방송사의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외국 시청자에게 상세히 드러냈습니다.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5월 3일 오후 6시께 다롄/대련의 푸리화 호텔에서 일본 공영 텔레비전 방송인 NHK와 민영 텔레비전 방송인 TBS가 김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잡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른 쪽 다리만 움직이고 왼쪽 다리는 사실상 끌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몸이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보행 속도는 수행원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진단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검은 색안경을 끼고 머리를 짧게 깎았는데 머리숱이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앵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은 징후를 나타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의 건강이 총체적으로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여름 뇌졸중/ 뇌중풍을 앓고 그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신부전증(腎不全症)에 따른 당뇨로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며 만성 후두염까지 겪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고령을 맞은 데다가 이 같은 여러 증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기억력 감퇴, 우울증, 치매와 같은 정신 질환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신부전증이 문제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일각에선 뇌졸중보다 신부전증이 더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특히 당뇨로 발생하는 합병증이 그의 건강에 최악의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국정 장악력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기자: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실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 현장 간부들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점을 감안해 그의 건강과 심기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보고만을 올린다고 알려졌습니다. 6월 19일자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함흥에 있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기로 보름 정도 가동하다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1월 말 평양밀가루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준비된 재료가 바닥이 나 간부들이 몰래 완제품을 다시 생산 라인에 집어 넣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의 현장 파악력이 부재한 데다가 현장 간부들이 보이기 위한 허위 보고를 해 국정은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을 어떤 상태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아직까지는 일단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뇌졸중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국정을 운영할 정도로 회복했다고 판단합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몇 달 전 말한 바 있습니다. 올 상반기 김 위원장은 모두 77회의 현지 지도에 나서 작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올해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건강을 과시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정부의 판단을 일단 뒷받침하는 사례로 관측됩니다. 다만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처럼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 건강이 자꾸만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는 있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 겉보기와는 달리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지요?

기자: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우선 김 위원장이 다리를 끌며 걷거나 어색하게 박수를 치는 모습은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꽤 고생한다는 단적인 증거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얼마 전에 경희극을 보면서 평소 10분인 휴식 시간을 30분으로 늘린 점은 그의 불안한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도 할 수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이유는 신장 투석을 하고 일정 기간은 일시적으로 건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이 요즘 권력 세습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은 건강이 실제로는 그리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요사이 들어서 자주 나오는 배경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