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KAL기 폭파는 북한이 자행한 테러"

1987년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인 김현희 씨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과 부산에서 면담하면서 12년 만에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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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면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폭파 사건은 북한의 테러'이며 자신은 '더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말해 그간 있었던 대한항공 폭파 사건 조작설을 부인했습니다.

북한이 자행한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주며'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현희 씨는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전시회의장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에서 그간 제기되어 온 대한항공 KAL기 폭파 사건 조작 의혹에 대해 "20년이 지난 사건을 아직도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당시 사건은 북한의 테러이고 자신이 테러의 주인공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김현희: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 씨는 지난 1987년 11월 29일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가던 KAL 858편 보잉 707기를 미얀마 근해에서 공중 폭파한 다음 체포된 북측 공작원입니다. 김 씨는 1990년 3월 한국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다음 보름 만에 특별 사면됐고, 1997년 결혼한 이후로 공식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b>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b> <br/>

김 씨는 일부 유가족이 아직도 당시 사건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진 조작설을 위시한 온갖 추정이 있었지만 “나중에 다 밝혀졌다”고 말해 KAL기 사건 조작설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피해자 가족을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김현희 씨가 체포돼 한국에 들어온 시점이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었던 점과 같은 정황을 들어 KAL기 폭파 사건 조작설을 제기해 왔습니다.

김현희 씨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자신에게 ‘방송에 출연해 KAL기 폭파를 김정일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그 같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김현희: 글쎄요, 오늘 이 자리에서 뭐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엔 그렇고, 지금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씨는 또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의 민간인을 납치한 사건을 해결하려면 어떤 해법이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현희: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 주면서, 일본 정부가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 주면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좀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 씨는 북한이 작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져나온 만큼 납치 피해자들이 “최소한 가족과 만날 수는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면서,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처음으로 만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와 오빠인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이즈카 시게오 씨와 1시간가량 면담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에 머물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다구치 씨가 살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측은 다구치 씨가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현희: 다구치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망한 건 아닌 걸로, 어디 다른 곳으로 갔다고 생각했고.

다구치 씨는 1978년 도쿄에서 북한으로 납치됐고 북에서는 이은혜로 불리며 김현희에게 2년 동안 일본어를 가르쳤습니다.

김현희 씨는 또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한 번 정신적으로 아파서 입원했던 적이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고 들었다”며 메구미 씨가 사망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김 씨와 다구치 씨 가족간의 만남은 김현희 씨의 희망에 따라 한일 양국의 주선을 통해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