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 면담 Q/A]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범인인 김현희 씨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인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의 면담이 11일 부산에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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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김현희 씨와 피해자 가족이 만나는 모습이 비공개 면담 직전에 언론에 공개됐지요?

박성우:

네, 김현희(47) 씨와 납치 피해자 가족이 처음으로 만나는 모습이 부산에 있는 BEXCO 전시회의장 2층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에서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시간은 대략 3분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KAL기 폭파 사건이 발생한 지 22년 만이고요. 다구치 씨가 납치된 지 31년 만의 일입니다.

첫 만남이 이뤄진 시간은 오전 11시경이었고요. 납치 피해자인 다구치 야에코 씨의 오빠인 이즈카 시게오(70) 씨와 다구치 씨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31) 씨가 먼저 회견장에 나타났습니다. 약 30초가량 지난 다음 김현희 씨가 등장했습니다.

<b>김현희 씨가 비공개 면담 때 북한에 억류된 어머니 대신에 한국의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 해서 감동했다</b> <br/>

김현희 씨는 유창한 일본어로 납치 피해자 가족과 대화를 나눴고요. “만나게 돼서 반갑다”는 인사가 서로 있었고, 김 씨가 피해자의 아들에게 “사진으로는 봤지만,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빨리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 만나게 돼서 미안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살아 있으니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연방 눈물을 훔치면서 피해자의 아들을 끌어안거나 손을 꼭 잡은 상태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양측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대화를 주고받은 다음, 11시 3분쯤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비공개 면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12시 반까지 비공개 면담을 한 다음, 세 명은 다시 기자 회견장으로 내려와서 30분가량 회견에 참석했습니다.

회견장으로 다시 내려올 때는 김현희 씨가 피해자의 아들과 팔짱을 끼고 등장했습니다. 납치 피해자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는 “김현희 씨가 비공개 면담 때 북한에 억류된 어머니 대신에 한국의 어머니가 되어 주겠다고 해서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면서 김 씨는 납치 피해자인 다구치 씨가 이날 이렇게 만나는 걸 보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면서 “이 자리에 다구치 씨가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현희 씨가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현장에서 지켜본 모습은 어땠습니까?


박성우:

네, 그간 공식 석상에서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던 김 씨의 모습은 20대 젊은 시절의 긴 머리에 통통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김 씨는 단발머리에 조금 여윈 모습이었고요. 하지만, 얕은 화장을 하고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단정 해보였습니다.

진행자:

언론의 관심 대단했다면서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특히 일본 언론이 굉장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찍은 비디오 화면은 행사장 밖에 있는 중계차로 즉각 즉각 일본에 송출했고요. 일본에서는 이 화면을 받아서 주요 뉴스 시간에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기자 회견장에 들어온 기자만 숫자가 114명입니다. 일본 기자가 62명, 한국의 내외신 기자가 52명이고요. 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한 기자까지 합하면 200명이 훨씬 넘는다는 게 일본 외무성의 설명입니다.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납치자 가족과 김현희 씨의 만남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고요. 반면에 한국에서는 김현희 씨가 12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 배경과 KAL기 사건 조작설에 대한 김 씨의 발언에 관심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진행자:

일본 측 관심이 대단한 이유는 뭔가요?

박성우:

네, 먼저 일본에서는 북한과 관련해서는 핵이나 미사일 못지않게 납치자 문제가 주요 현안입니다. 김현희 씨도 북한 공작원이자 KAL기 테러범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많이 알려졌고요. 그런데 이날 행사는 바로 김현희라는 인물과 납치자 문제라는 일본에서 관심도가 아주 높은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 있습니다. 게다가 김 씨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납치 피해자의 아들을 김 씨가 만난다는 아주 극적인 요소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언론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일본에서 온 기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번 행사가 일본 선거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면서요?

박성우:

네,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만,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 정부가 오는 9월 이전에 치러야 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아소 총리가 지지율이 낮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납치자 문제를 통해서 보수층의 표를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면 일본 내에서는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강해질 것이고, 그 사이에 만약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라도 한다면 이건 일본 내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일본은 그런 배경이 있다고 치고, 그럼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이번 행사를 부산에서 열도록 허용한 배경은 뭐라고 할 수 있나?

박성우:

네, 표면적으로는 인도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2일 아소 총리가 한국을 찾았을 때도 바로 이 납치자 문제가 양국 정상 간 의제로 논의됐고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핵 6자회담에서 일본과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상회담 직후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한국에도 납북자 문제가 있는 만큼, 납치자나 납북자 문제는 인도적 사안이어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6자회담에서 일본의 납치자 문제, 그리고 한국의 납북자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공조 태세를 갖추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납치자 납북자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안보 위협에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시점에 한국 땅에서 북한의 납치자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번 행사를 열도록 허용했다는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만남은 김현희 씨가 올 초에 NHK 인터뷰 등을 통해서 다구치 씨 가족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협조를 요청해서 이뤄지게 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양측이 모두 만나기를 원해서 자리를 마련해 줬을 뿐 한국 정부가 직접 개입한 적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기자회견장 주변에 보안을 철저하게 했다면서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기자들은 오전 9시부터 10시 반 사이에 가진 물품을 모두 보여주고 몸수색 과정을 거친 다음에 회견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김현희 씨가 행사장에 도착한 건 10시 50분께였는데요. 차에서 내리자 사복 차림의 경찰 기동대 100여 명이 2열로 늘어서서 김 씨를 보호했고, 김 씨는 경찰 특공대원 3명의 근접 경호를 받으면서 행사장에 들어갔습니다.

취재진도 건물 안에서 김현희 씨가 이동하는 시간에는 회견장 안에서만 머물러야 했습니다. 철저하게 김 씨에 대한 신변 보호가 이뤄졌습니다.

진행자:

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