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기적으로 인공 투석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그의 건강 상태가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에 이례적인 현지 지도를 비롯해 아주 활발한 외부 활동을 펼쳐 자신의 건강을 과시한 바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보도는 건강 과시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정기적으로 인공 투석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인공 투석이란 어떤 종류의 치료법을 말합니까?
기자:
인공 투석은 신장에 이상이 생겨 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시행하는 치료법을 말합니다. 인위적으로 혈액 중의 노폐물을 제거해서 깨끗한 혈액을 만든 뒤 체내에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인공 신장과 같이 신장 기능을 하는 장치를 이용하는 신부전(腎不全) 치료법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꺼내서 노폐물을 걸러내고 전해질 따위를 보급한 다음에 체내로 되돌려 보냅니다. 보통 인공 투석은 말기의 신부전 환자에게 하는 혈액 투석을 말합니다.
앵커:
그러면 김 위원장이 인공 투석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28일 일본의 산케이(産經)신문은 김 위원장이 정기적으로 인공 투석을 받는다는 정보를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산케이신문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에게 하는 인공 투석은 신장 기능의 이상 때문입니다. 양국이 이 정보를 얻기는 지난해 가을쯤입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투석을 하고서 외국 손님을 만나기 때문에 회담 중에는 매우 건강하게 보인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정은 한국 현대그룹 회장은 작년 8월 김 위원장의 인공 투석 때문에 오래 기다렸다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한국 정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당시에 김 위원장이 그처럼 뜸을 들이는 데 대해 그 배경을 몰라 이유가 분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증상이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일어난, 신부전증이라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신부전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김 위원장이 신부전증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작년 7월 말부터 한국의 대북 매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여름 쓰러졌던 원인인 뇌졸중보다도 신부전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김 위원장은 당뇨 합병증으로 주당 3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도 고려할 수 있으나 후유증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뇌졸중을 앓고 난 뒤에 다시 신부전증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아마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도 예상됩니다.
앵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했다고 알려졌고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외국 인사들은 김 위원장이 꽤 건강한 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런 이야기는 맞습니다. 러시아 관현악단을 이끌고서 평양을 방문해 이를 지휘하고 김 위원장을 만난 파벨 오브샨니코프 씨는 작년 9월 1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회견하고 “김 위원장의 기억과 말투가 확실했다. 두 손을 자유로이 움직였고 담배도 피웠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8월에는 현정은 회장을 4시간 가량 면담하면서 포도주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맞아 3시간 동안 환담함으로써 건강을 싸고 도는 나쁜 풍문을 잠재웠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외교관을 초청한 연말 연회에서 줄담배를 피고 양주 몇 잔을 마실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러시아 외교 소식통이 18일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 이처럼 좋게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이 외국 손님을 맞을 때는 인공 투석을 한 뒤이기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습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외국 인사들은 그의 건강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라고 말을 합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작년 8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주치의는 김 위원장을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했습니다. 그 미국 주치의도 “예상보다 김 위원장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환자가 인공 투석을 받으면 그땐 겉보기에 이상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
현재의 신부전증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기자:
인공 투석을 하는 환자가 건강 관리를 잘 하면 상당 기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2008년에 뇌졸중을 앓은 데다가 당뇨 증세까지 있어 건강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하면 그가 앞으로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당뇨로 나타나는 합병증이 가장 최악의 경우입니다. 김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작년 7월 이전에는 부축을 받고서 걸을 정도였다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일 김 위원장이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부전증 때문에 전혀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이렇게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작년에 현지 지도를 비롯한 외부 활동을 왜 그렇게 왕성하게 했습니까?
기자:
후계 구도를 위한 정지 작업을 서둘러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알려진 세째 아들 김정은 씨는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김 위원장은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3남을 후계자로 삼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하루라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북한을 완전하게 통치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다 과시할 필요도 있었다고 보입니다. 작년 12월 29일 김 위원장이 일년 동안에 한 공개 활동은 158회였습니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05년의 131회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요즘 개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남북한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 문제로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는지요?
기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그나마 건강이 허락할 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필히 열어 3남의 권력 승계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미국과는 핵 협상을 잘 마무리하여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남한과는 국군포로 문제를 비롯한 몇몇 문제에서 양보하고 경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세째 아들에게 권력을 넘기면 북한이 안정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네, 김 위원장의 인공 투석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