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김일성도 장마당 필요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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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최근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폐쇄하려는 장마당에 대해 김일성 주석은 국가 배급이 완전해질 때까지는 장마당의 존속은 불가피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 배급이 완전하지 않는 한 시장은 없어질 수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말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장마당은 폐쇄 또는 축소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으로 알려진 평성의 평성시장과 청진의 수남시장까지도 폐쇄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번 시장폐쇄 조치로 시장의 상인들은 구역별로 흩어져 소규모 장사를 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또한 당국의 시장 단속이 심해지자 단속을 피해 장을 여는 ‘뜀뛰기장’도 다시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위축됐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식량과 생필품 등의 약 80%를 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영상점에서 국가 배급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시장의 확대를 가장 경계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시장을 두려워했던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은 개인의 자본축적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에서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이 시기 북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장사에 뛰어들었습니다.

명칭과 운영 형태는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장마당은 북한 정권수립 이후 60년 동안 존재해 왔습니다.

대신 거래 되는 품목은 농산물이어야만 했습니다.

생전에 김일성 주석도 국가 배급이 완전해질 때까지는 장마당의 존속은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김 주석의 뜻은 1969년 3월 김일성이 과학교육부문 일꾼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형식으로 행한 연설에서도 잘 나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인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국가에서 넉넉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주식과 공업품을 제외한 나머지 농부산물은 장마당을 통해서 유통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김일성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당시 북한도 장마당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이 시장을 폐쇄하는 이유도 농산물이 아닌 공업품 때문입니다.

80년대 후반 공업품의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장마당에서는 갖가지 공업품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