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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명절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 행사들인 만큼 주민들은 내심 불만이 많지만, 대놓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서울에서 오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은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화폐개혁의 실패로 그 후유증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매년 빠짐없이 벌이고 있습니다. 행사는 당연히 김일성 찬양 일색입니다.
이 중 규모면에서 가장 큰 행사는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입니다. 지난 11일 개막된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은 지난해 해외 각국 예술단을 초청해 성대하게 치렀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과는 달리 자체 행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자체 행사로 열지만, 평양은 물론 각 시도에서 모두 참여하고, 심지어 외국인들을 초청해 하는 행사도 더러 있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를 보더라도 중국과 아프리카에서 여러 선수들을 초청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시기 전국에서 ‘김일성화’를 출품하는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열대성 식물인 ‘김일성화’를 겨우내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탈북 방송인 김춘애씨의 말입니다.
김춘애: 북한에서는 12월부터 4월까지 김일성화를 키우는데, 매 구역 마다 원림사업소가 있습니다. 여기 원림 사업소에는 온실이 있는데요. 일반 인민들에게는 석탄 공급을 못하더라도 김일성화와 김정일화를 피우는 원림사업소만은 석탄을 공급합니다.
김일성 생일을 전후한 이 같은 대규모 행사들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당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경제 살리기 보단 체제 유지가 더 급했던 것입니다. 그 시기 죽느냐 사느냐 할 정도로 먹기 살기 힘들었던 북한 주민들은 없는 나라 살림에 엄청난 돈을 쓴다며 내심 불만이 많았지만, 대놓고 얘기할 순 없었습니다.
함흥 출신의 한 탈북자 얘기입니다.
탈북자: 김일성 가계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정치범수용소로 가니까 누구도 함부로 얘기를 못하죠. 인민들이 죽어가도 행사는 행사대로 하니까요.
또 김일성 생일에는 전국의 도시와 마을마다 군중무도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평양에선 10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대규모로 열리는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참석은 물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일성 생일이 가까워지면 각 학교와 기업소에서는 춤을 잘 추는 남녀 젊은이들을 선발해 춤 강사들에게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습니다.
탈북자들은 “가장 큰 명절인 김일성 생일이라고 해도 과거처럼 명절 공급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은 행사만 있는 명절에 대해 기대감이 별로 없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