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후 10년 넘게 북한을 통치하고 있고,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지금까지도 북한은 여전히 김일성 주석의 ‘유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16주년을 맞아 지역별, 단위별로 추모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 추모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에 비친 김 위원장은 머리숱이 많이 빠지고 얼굴이 마른 모습이었으며, 여전히 다리를 절룩거리는 모습으로 입장해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 김 위원장이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 때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북한의 선전 매체들은 이날 하루 종일 추모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추모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김정일 위원장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추모행사에 직접 등장한 것은 김일성의 유훈통치를 통해서 당정군민의 체제결속을 이끌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16년 전 김일성 주석의 사망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김 주석의 사망은 지구상에 몇몇 남지 않은 독재자 한 사람이 사라졌다는 의미 외에도 김일성이 없는 북한 정권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허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수령은 단순한 정치지도자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최진철 씨의 말입니다.
최진철: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저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 저도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친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진짜 슬퍼했습니다.
김 주석이 사망하자 북한은 곧바로 ‘수령의 유훈’을 받들어야 한다는 논리로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수령의 유훈’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전에 이미 유훈통치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입니다.
김철웅: 북한은 이미 김일성이 죽기 몇 년 전에 김일성의 유훈 교시를 당, 행정, 공장기업소, 군인들까지 통달할 정도로 문답식 학습경연까지 만들고 그랬는데요. 거기 내용을 보면 김일성은 김정일과 나는 똑같다 그러니까 김정일을 잘 보필하고 받드는 게 혁명의 수뇌부를 지키는 것이고 나(김일성)를 지키는 것과 같다고 얘기했고요..
북한은 김 주석의 사망 이후 북한의 국정목표를 알리는 신년사도 하지 않고, 대신 매체를 통해 ‘수령의 흔적’을 계속 내보냈습니다.
“수령은 인민들과 영원히” 함께 있다는 ‘수령의 영생론’을 내세운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유훈통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제일 먼저 김 주석의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하는 한편, 인근에 있던 ‘만수무강탑’을 ‘영생탑’으로 바꾸고 ‘주체연호’와 ‘태양절’도 제정했습니다.
결국 1997년 7월 김 주석의 3년 탈상을 마친 북한은 같은 해 10월 당시 김정일 조직비서를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유훈통치’를 끝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듬해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직과 수령을 남긴 채 국방위원장 자리에 오릅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올해로 김일성 사망 16년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 사망 직후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주요 거리에 가면 영생탑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김일성이 영생한다는 것이죠. (북한 정권이) 김일성의 그림자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그의 영생론을 강조하고 있고, 주민들에게 김일성을 살아있는 존재로서 계속..
김 위원장은 자신의 시대를 연 1998년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최고 통치자로서 자신의 통치철학과 정책 의지를 실현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 주석 생전의 정책과 노선을 답습하면서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후계자를 삼남인 김정은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지금까지도 ‘수령 영생론’을 받들고 있는 북한, 과연 언제까지 ‘유훈통치’가 가능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