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인 “김정은이 대장?” 비아냥

44년만에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식화된 가운데 29일 오전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44년만에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식화된 가운데 29일 오전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된 데 대해 일부 북한군인들 속에서는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인민군 대장 추대와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추대에 대해 북한군인들 속에서는 명령이냐, 공식 추대냐를 놓고 의견이 많다고 북한군 관계자가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청진시 주둔 북한군 9군단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자회가 열리던 날,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에서는 전체 군부대 정치부들에 '당대표자회 경축 행사'를 진행하게 했다"면서 "28일 오후에 모든 군인들을 회의장에 집결시키고 만세를 부르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북한군 부대들에서는 군부대 3방송(군부대 내부 방송) 시간에 맞춰 군인들을 회의장에 집결시키고 김정은을 인민군 대장을 추대했다는 최고사령관 보도가 나오자, '만세 3창'을 불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등장한 것과 관련해 북한군 군관들과 하사관들 속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좌급(영급) 이상 군관들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그래도 김 대장이 아니면 누가 그걸 맡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군관들은 "이건 완전히 추대행사가 아니라 강압적인 명령이네…"라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명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긴 하지만, 20대의 김정은에게 과연 그런 막중한 직책이 마땅한가 하는 회의감이라는 것입니다.

함경북도 국경경비대 27여단 관계자도 "우리도 소문을 들어 김정은 대장의 나이가 20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 알면 뭘 알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국경 경비대 군관들은 대체로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를 쓰기 때문에 평양의 무력부 간부들과 연계가 깊다"면서 "그들을 통해 알아보니 인민무력부에서도 일부 간부들은 이 문제 때문에 분위기가 상당히 밝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1991년 12월 중대장 정치지도원 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을 최고사령관으로 선포할 때는 "후계자로서 경력이나 업적이 소개되어 당연히 최고사령관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정은은 도대체 뭘 해서 대장이 되었는가?"하면서 "아버지를 잘 둬서 좋겠다"며 북한의 족벌 정치, 세습 정치에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제대를 앞둔 27세의 하사관들은 동료 군인들에게 "야 네가 뭘 알아, 네가 좀 해봐?"라는 식으로 비야냥 거린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