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 회복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올해 들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부쩍 늘었지만, 그의 건강 이상설을 씻어내긴 아직 이르다고 미국의 저명한 김정일 분석가인 켄 고스 씨가 지적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려는 듯 지난 1월 평양에서 왕가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여러 공장을 찾아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 관영 매체를 통해 자주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면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연초부터 공개 활동을 부쩍 늘렸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공개 활동은 올해 들어 지난 10일 현재 20회에 달하며, 이는 예년의 두 배가 넘는다고 김호년 남한 통일부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급증한 원인을 민간 분석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외국지도자 연구국장은 '국내용'과 '대외용' 등 두 가지로 분석합니다. 즉, 하나는 김 위원장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자신의 건강 이상을 둘러싼 온갖 소문을 잠재우고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기 위한 국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에 때맞춰 김 위원장이 미국과 상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대외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늘어났다고 해서 그의 건강 이상을 둘러싼 '불확실성'(uncertainty)이 가셨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고스 국장은 주장합니다.

Ken Gause: Yes, it's too early, absolutely too early. Unless I have some way of saying I know for certain this activity is taking place at this current time... (이런 공개 활동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안다고 말하지 못하는 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식됐다고 말하는 건 너무 이르다. 그나마 유일하게 확실한 사례는 김 위원장이 왕가서 부장을 만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공장을 시찰하는 일 외에 이를테면 신문을 들고 있다든가 아니면 당이나 국가적 행사에 실시간으로 참석하는 모습처럼 그의 건강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스 국장은 현 단계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는지 혹은 그가 왕가서 부장과 면담할 때 보여주었듯이 일정 시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정도의 건강 상태를 회복했는지에 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서 “나와 접촉을 유지하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김정일 분석가들도 대체로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현재 분석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의 일일 국정을 챙기는 사람이 김 위원장 자신인지 아니면 처로 알려진 김옥과 매제인 장성택처럼 측근으로 이뤄진 집단인지이며, 이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소개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김 위원장이 외견상 권위가 줄어들었거나 혹은 관영 매체의 보도에도 그의 권위에 이상이 생겼다는 특이한 조짐은 찾아볼 수 없지만 배후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 같은 징후를 찾아볼 수 있는 신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북한에서 숙청 작업이 벌어져 누가 탈락하고 누가 살아남는지를 살펴보면 알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