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률씨 오스트리아 망명 신청 공식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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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20년 동안 북한의 군수담당 정보기관원으로 활동했던 김정률(75) 씨가 지난주 오스트리아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오스트리아 정부 관계자가 공식 확인했습니다. 김정률 씨의 망명이 허용될 지 여부는 빠르면 수개월 내에 결정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의 루돌프 골리아 (Rudolf Gollia) 대변인은 북한 국적의 대좌 출신인 김정률 씨가 지난주 오스트리아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골리아 대변인은 김씨가 망명을 신청함에 따라 오스트리아 당국이 현재 김씨에 대한 망명 심사를 하고 있으며, 망명 허용의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빠르면 수개월에서 늦으면 일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리아 대변인에 따르면, 김씨는 망명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스트리아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정부는 김씨에게 망명 심사 기간에 보호처를 제공하거나 신변 안전을 위한 별도의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골리아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골리아 대변인은 또 북한 정부가 오스트리아 당국에 김씨의 송환을 요구했는지에 관한 자유아시아 방송의 질문에 대해 김씨의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자세한 사안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오스트리아에 망명을 신청한 수많은 외국인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김정렬 씨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이번 사건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김씨와 관련해 최근 언론의 요청이 잇따르는 등 김씨의 망명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오스트리아에 망명을 신청한 김정률 씨는 1970년대부터 1994년까지 20여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을 중심으로 유럽전역에서 활동했던 북한의 군수담당 정보기관원입니다. 그는 고 김일성 주석이 숨진1994년 오스트리아에서 갑자기 잠적한 이후 은둔생활을 하다가 최근 ‘독재자에게 봉사하며(Im Dienst des Diktator)’라는 제목의 독일어판 책을 내고 고 김 주석의 초호화판 사생활을 폭로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4일 오스트리아에서 가진 출판 기자회견에서 풀뿌리로 연명하는 북한인민들을 통치하던 김일성 주석이 은막 뒤에서는 비단 벽지에 고가의 가구가 가득 찬 10여 채의 초대형 저택을 갖고 고급 음식을 즐겼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이어 김일성의 저택 가운데 몇 채는 지하에 건설돼 있었고 핵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환기 장치를 갖춘 곳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75살의 김씨는 그동안 숨어 지내다 16년 만에 책을 내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인생의 결산물인 이 책을 출간하지 않고 죽을 수 없었다며, 이제 책이 나와 세상을 뜰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또 최근 남한의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남한에 망명하기 위해 2006년 주 오스트리아 주재 남한 대사관 측에 접촉하기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책을 낸 이후 북한 공산당원에게 붙잡힐까 불안하다며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