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표기 아직 믿을만한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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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알려진 삼남 ‘김정운’의 이름이 최근 북한의 내부 문건에는 ‘김정은’으로 표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북한이 일부러 허위 정보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서 북한 지도체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외국지도부 연구 담당 국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통화에서 북한이 종종 고위 관리들조차 실명을 쓰지 않고 암호명 (code names)을 쓰는 폐쇄적인 국가임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최근 들어 후계자와 관련된 정보를 흐리거나 왜곡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8일 자체 입수한 북한의 내부 문건에 ‘김정운’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삼남 이름이 ‘김정은’으로 표기돼 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의 삼남과 관련한 혼선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심지어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정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서울에 있는 대북 소식통은 13일 한국 언론에 “정보당국이 확보한 북한 주민들의 학습자료에도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이 입수했다는 북한의 내부 문건이 진짜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전문가를 포함한 제삼자가 이 문제의 문건이 믿을만한지를 면밀히 검토했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한 만큼 현재로선 ‘미심쩍다(questionable)'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켄 고스: So why all of a sudden would we be seeing documents that have his name spelled in a different way? I think we need to be careful about the accuracy of some documents that seem to be coming out through Chinese channels right now...(더빙) 왜 갑자기 김 위원장 삼남의 이름이 당초 알려졌던 ‘정운’이 아니라 '정은‘이라는 문건이 많이 나오는 걸까요? 최근 들어 중국을 통해 흘러나오는 북한의 내부 문건들이 정확한지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북한에는 소위 ’허위정보 제조공장 (disinformation mill)'이 있는데 여기서 후계자 문제와 관련한 정황을 왜곡하기 위해 일부러 내부 문건을 만들어 중국 측에 뿌리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 같은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북한의 당, 정, 군이나 북한의 언론에서 김정운의 이름이 ‘김정은’이라는 내용을 확인시켜주거나, 관련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김정운’이라고 쓰는 편이 무난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최근 북한 지도부가 올해 7월 이후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를 중단시켰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점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후계자 문제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한 제반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렇기 때문에 특히 군사적 문제와는 별도로 더 적극적으로 상황 변화를 감시(monitor)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의 이모와 관련된 연극이 북한에 언급되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상황 전개라고 고스 국장은 밝혔습니다. 최근 접한 첩보에 따르면, 1996년 서방으로 망명한 김정남의 이모 성혜랑 씨와 관련된 연극이 등장하고 때로는 북한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는 겁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포함해 고위급 탈북자들과 관련된 모든 것이 북한 내 기록물에서 삭제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지적입니다.